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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의 문화광장] 어느 가을날, 미술관 산책에서의 우연한 만남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0.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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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영향인 듯 좀처럼 물러서지 않던 더위의 기세가 어느덧 가을의 청명함으로 변해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더불어 흥미로운 전시의 소식이 들려온다. 이때 건축가의 미술관 나들이는 전시를 보는 목적에 더하여 건축을 둘러볼 심산으로, 이왕이면 새로 단장한 미술관을 찾게 된다.

먼저 폐교된 학교 건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한 '산양 예술곶'을 돌아봤다. 산양 국민학교는 1958년 개교했다 하니 60여 년의 시간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1950년대에 건축된 교사 건물답게 목제 트러스의 지붕과 현무암 벽으로 구성된 학교 건축의 전형적 모습이 남아있다. 이를 지역주민의 사랑방과 아카이빙 공간으로 활용한 장소 만들기의 전략이 돋보였다.

마침 한경면 지역 작가의 전시와 입주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작가의 공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입주작가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신이피(Sinifie, 1981~)' 작가의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전율이 느껴졌다. 4·3 희생자의 유골 발굴 현장을 찍은 동영상과 석고로 제작된 조형물의 전시 공간에서, 작가는 땅에 묻혀있는 역사적 사건과 관람자를 동일한 시공간으로 엮어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성찰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신이피의 작업은 땅에 묻혀있는 사건에서 단서를 찾아낸다는 점이 건축가의 작업과도 일맥상통하는 동질감이 있다. 이렇듯 예기치 않았던 우연한 만남은 미술관 산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울림의 여운을 간직한 채 최근 전문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는 '포도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 미술관은 대한민국의 대표 건축가이셨던 고 김석철(1943~2016) 선생의 유작으로 개보수로 인해 원형을 잃어버렸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1층에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제주전’이 혐오에서 비롯된 세상의 갈등을 주제로 진행 중이었다. 사소한 가짜 뉴스에서 시작돼, '우리'와 '그들'이 나뉘고, 혐오는 증폭되고 왜곡돼 테러와 집단학살 심지어 전쟁까지 인류의 비극을 초래해왔음을 알린다. 이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며, 이러한 일상 속에서 공존의 해법을 찾아 2층 전시장으로 들어선다.

독일의 화가이며 조각가인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의 ‘아가, 봄이 왔다’란 서정적 제목의 전시다. 건축가들에게 콜비츠는 낯설지 않다. 신고전주의 건축가 프리드리히 싱켈의 '노이헤 바헤(Neue Wache)'를 개보수한 베를린 전쟁 기념관에 콜비츠의 피에타 상이 놓여있는데, 이 공간을 베를린 최고의 성찰적 공간으로 치기 때문이다. 원형의 천창 아래 죽은 아들을 품에 감싸 안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의 조각상 하나만이 놓여있는 공간이다. 또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은 초월적인 인류애의 성찰적 공간으로 필자를 안내한다.

세상 최고인 제주의 가을 하늘 아래, 건축을 보러 나섰던 건축가의 미술관 산책은 두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성찰의 문을 열게 된다. <양건 건축학박사.제주 공공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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