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숫자만 늘리면 된다? "아이들이 진짜 놀고 싶어야"

[포커스] 숫자만 늘리면 된다? "아이들이 진짜 놀고 싶어야"
[한라포커스] 놀이터를 '놀이터'답게 (하)
신체 발달과 사회성·인지능력 키우는 '놀이터'
"공공 놀이터 변화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해"
아동친화도시 전주시 '야호프로젝트 ' 인상적
행정 차원 관심으로 놀이 환경 단기간에 변화
  • 입력 : 2023. 09.12(화) 14:30  수정 : 2023. 09. 13(수) 20:21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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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봉개동에 조성 중인 '제1-64호 어린이공원'.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인 이곳은 올해에서야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신비비안나 기자

[한라일보] 지난달 31일 제주시 봉개동 마을 안길에 공사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어린이공원) 조성공사'를 알리는 간판이었다. 이곳은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오래 전부터 '제1-64호 어린이공원'으로 정해졌지만 올해에서야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제주시 지역에서만 어린이공원 5곳(10년 이상 장기미집행)이 조성 중이다.

본보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달 기준 실제 이용 가능한 도내 어린이공원과 어린이놀이시설을 갖춘 근린공원, 체육공원은 모두 156곳(제주시 126곳, 서귀포 30곳)이다. 올해 개장하거나 앞으로 조성 계획이 있는 곳까지 합하면 그 수는 170곳(제주시 138곳, 서귀포시 32곳)으로 늘어난다.

|"놀이터도 달라져야 한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신체를 발달시키고 또래와의 교감을 통해 사회성, 인지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수 채우기', '수 늘리기'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을 해 놔도 쓰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탓이다. 놀이터 설계 단계부터 연령별 차이,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디자인 기준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올해 '어린이를 위한 건강도시 가이드라인'을 발간한 국토연구원 이진희 부연구위원은 "연령별로 성장 단계와 필요한 활동, 놀이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어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시설과 공간, 놀이기구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중고생 같은 청소년기 아이들은 친구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보다 도전적인 놀이를 필요로 하지만 영아기의 경우 보다 안전한 환경이, 유아기의 경우 모래와 같은 촉각이나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놀이터 위치와 대상 아이들의 특성, 연령 등에 따라 놀이터 디자인을 달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주시가 펴낸 '놀이터 지도'의 뒷면. 전주시는 놀이터의 테마를 크게 '숲놀이터', '물놀이터', '책놀이터', '예술놀이터' 4가지로 구분해 특색을 더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놀이터에 '특별함'을 더하다

제주 밖 다른 지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을 받은 전라북도 전주시는 '야호 프로젝트'를 통해 아동의 놀 권리 향상에 집중해 온 지자체 중 한 곳이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지역 놀이터 37곳을 연령, 다양성 등을 고려한 특색 있는 '통합놀이터'로 바꾸며 놀이 환경에 변화를 줬다.

전주시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모험과 도전, 자연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숲놀이터도 늘렸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문을 연 '생태 숲체험장', '유아숲 체험원'이 모두 16곳이다.

놀이터의 테마를 크게 '숲놀이터', '물놀이터', '책놀이터', '예술놀이터' 4가지로 구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주시가 펴낸 놀이터 지도에는 '짚라인을 탈 수 있는 놀이터', '인라인을 탈 수 있는 놀이터', '잔디광장이 있는 놀이터'처럼 더 세세한 안내가 담겨 있다. 놀이터마다 특색을 더해 아이와 부모가 골라 찾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단기간의 변화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도시'를 내걸고 놀이 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행정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전 시장님부터가 '아이들은 물과 모래로 놀아야 한다'며 아이들을 위한 공간 조성에 관심이 많으셨다"면서 "그 결과 숲놀이터 등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공간도 늘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시의 사례는 아동친화도시를 향하는 제주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제주도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놀 공간, 쉴 공간 부족' 문제가 우선 해결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제주도와 도교육청이 올해 4월 개최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제주도민 100인 원탁 토론회'에서도 '놀이터·도서관·독서실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교육 공간 확대' 등이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아이들의 놀 공간 확대를 위해 공공형 실내 어린이놀이터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분명한 것은 놀이터를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큰 놀이 환경에 대한 점검 등이 뒤따라야 한다. 제주도 차원의 종합적인 계획이 필수적이다. 놀이터는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어야 놀이터다울 수 있다.

놀이터에서 또래, 부모와 다양한 놀이를 하며 노는 아이들. 사진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지역 놀이터에서 진행 중인 '우리들의 놀이터전 찾기 - 놀아보jam(잼)' 모습. 사진=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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