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11)제주에도 산호초 생기려나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11)제주에도 산호초 생기려나
'열대화' 버텨내는 제주바다… 변화 더딘 이유의 비밀은
  • 입력 : 2023. 09.18(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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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열대 해역이 수온 상승으로 위협을 받음에 따라 '산호초를 형성하는 산호(조초산호)'가 극지방으로 분포를 넓혀가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기후변화에 직면하여 온대 해역이 피난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 나카바야시(Aki Nakabayashi) 등이 2018년에 발표한 논문의 요약에 나온 문장이다. 산호들이 여름의 고수온을 피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찌 산호뿐이겠는가.



피난 온 생물로 가득한 온대 바다

바다에서 열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수지맨드라미류의 분포지역이 넓어지는 현상에 대한 원인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조은진

현재 제주 바다에는 이미 피난 생물들이 넘쳐난다. 이미 비슷한 현장을 겪고 있는 인근의 세 섬; 제주도, 대마도, 이끼 섬을 함께 주목하면 위 제목 질문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 온대 해역으로 난류인 구로시오의 지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겨울철 평균 수온은 대마도가 13.5℃이고, 제주도 14.5℃, 이끼 섬은 14℃ 이하로 큰 차이가 없다. 다른 공통점을 하나 더 든다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들 해역의 해수온이 주변 해역보다 더 크게 상승하였고, 해수면 상승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양환경이 유사해서 그런지 세 섬은 산호초의 존재 여부만을 제외하고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전 해안에서 대형 갈조류들이 풍성하였고, 전복과 소라 등 바위 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자원도 거의 같았다. 지금은 모두 너무나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제주도는 두 섬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변화가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이 줄긴 하였지만, 아직 대형 갈조류가 건재하고 있어서다. 왜일까.

일본의 두 섬에는 오래된 산호초가 존재하는데 전부 보호된 내만에 있으며, 주로 덩어리 모양과 잎사귀 모양의 산호들로 조성되었다. 이들 산호는 열대해역에 흔한 조초산호는 아니다. 위의 논문에서 주목하고 있는 종은 뿔 모양의 아크로포라 (Acropora) 속은 전형적인 열대산 조초산호이다. 대마도 현장 조사에서 보호된 해안에서 새롭게 형성된 이 속의 산호초를 확인하였고, 다른 한 노출된 해안에서도 출현을 목격하였다. 이끼 섬에서도 아크로포라 속 산호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에는 그러한 내만도 없고 이 속의 산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마도에서는 보호되지 않은 해안에서도 열대성 조초산호의 확산이 뚜렷하였다. 그야말로 열대화가 현실이 되고 있었다. 대마도나 이끼 섬의 변화도 최근 20년 이내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어서 어민들이나 과학자들 모두 그 속도에 놀라고 있다. 다만 이끼 섬에서 대형 해조류들이 대마도처럼 거의 사라졌는지는 자료들이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어 9월말 현장 방문을 통해 알아볼 예정이다.



수중에서 차근차근 진행되는 열대화

거품돌산호는 조초산호는 아니나 같은 미세조류와 공생을 하는 돌산호로 제주 바다에서 이 종이 빠르게 번성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많다. 사진=김병일

다시 이야기하자면 거대 난류인 구로시오의 지류가 열대성 생물인자, 특히 여름철 고수온을 견디지 못한 생물인자들을 수송해서 세 섬으로 피난하여 정착지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도 분명 이런 현상이 20여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는데 두 섬에서 더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갈조류가 사라지고, 황량해진 바위에 열대 해조류가 나타나고 이어서 산호초가 형성되는 대마도의 변화는 아드리아나 베르제스(Adriana Verges) 등이 2019년에 제안한 온대 해역의 열대화 시나리오와도 거의 일치한다. 그러니까 세 섬에서 변화가 일어나지만, 제주도가 두 섬과 다른 점 두 가지 1) 기존의 오래된 산호초가 없고, 내만인 해안 지형이 없다는 점, 2)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알고 다시 제목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 이때 고려해 볼 점은 우리가 잘 모르는 환경적인 차이가 있는가다. 왜 대마도가 제주도 보다 더 북쪽이고 한류가 남하하는 동해와도 가까운데 대마도에 있는 '산호초가 제주도에는 없는 것일까' 하는 것이고, 또 변화의 속도가 느린 '원인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서 접근해보자.

두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해류와 다른 해수의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고환경의 차이일 수도 있다. 물론 서로 연계됐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두 섬은 파비아 속의 산호가 다른 조초산호에 비해 저온에 잘 견딘다고 하더라도 이미 4000여 년 전에 산호초가 생겼다면 처음에 분명 난류의 영향을 받았을 터인데, 그때 제주도가 덜 받았거나 산호초를 수용할 내만 형 지형이 없어서 인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속도가 느린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주 바다 열대화 더딘 이유 찾아야

감태는 제주 바다 해안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가진 생물이다. 일차생산자이며 많은 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기 때문이다. 사진=김병일

한편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거품돌산호(Alveopora japonica)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먼저 김태훈 등은 지난해에 거품돌산호 개체군들이 엄청난 백화현상을 겪었어도 기존의 해조류 군집을 밀어내어 다 뒤덮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거품돌산호는 대만과 일본 그리고 한국 제주도에 제한적인 지리적 분포하고 있어 열대 종이라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의 제주 바다 환경이 이 종에 적합하고 감태 등 해조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다가가면서 벌어진 서식지 확보 경쟁의 결과로 볼 수는 없을까? 또 강지현 등의 2020년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대만 개체군과 한국-일본 개체군이 진화상에 일정한 격리가 있어 추가 연구에 따라 한국-일본 개체군이 독립된 종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였다. 참 이 종은 대마도 네 곳의 수중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제주도에서 열대화 과정에 있는 것은 확실하나 보다 높은 위도상에 있는 대마도보다는 그 속도가 늦어 열대화에 버티어내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이점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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