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오영훈 도정의 신개발주의를 우려한다

[이영웅의 한라시론] 오영훈 도정의 신개발주의를 우려한다
  • 입력 : 2025. 02.27(목)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최근 오영훈 도정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300년의 역사를 가진 제주의 대표 목장 유적, 신천리 목장에 대한 리조트 개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됐다. 지하수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한진그룹의 먹는 샘물용 지하수 증산 계획이 제주도의 우호적인 시선하에 검토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 제2공항 연계 상생발전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고, 오 지사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지고 절차를 밟아나가는 등 진전이 있는 건 좋은 것이라며 그동안 자제해 왔던 제2공항 계획에 관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중산간 지역 난개발과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한화그룹의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소리소문 없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중산간 지역 중 해발 300m 이상 지역에 대규모 관광개발을 허용하는 제주도 도시관리계획 기준안이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모든 게 새해에 들어 20여 일 내에 벌어진 일들이다. 시민사회의 관심과 여론에 힘입어 그나마 어렵사리 균형이 잡히나 했던 도정의 정책 방향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분위기이다.

오 지사는 취임식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 만큼 제주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보였었다. 또한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라는 도정 비전을 제시하며 환경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정책을 펴고 있는 제주도정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느 도정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신개발주의의 길로 들어선 모양새다.

위에서 언급한 사업들은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환경파괴 논란이 많은 것들이다. 신천리 목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발생한 오수는 공공하수도와 연계 처리가 불가능한 곳이지만 개발사업자는 주민들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공공하수도로 연계 처리하기로 제주도와 협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업자의 거짓 평가가 아닌 의지 표현이라고 오히려 사업자를 두둔한다.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도 여전하다. 각종 위원회와 통과 절차를 포진시켜 놓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사업을 승인하는 모양새를 갖추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특히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에서는 당사자에게 반영 여부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결국 도민을 기만하는 처사와 다름없다.

제주도의 중·장기 경제정책 방향도 문제다. 지역경제가 어렵고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제주도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산업구조의 재편보다는 개발사업 확대를 통한 건설경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정책보다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제주도정이 가고 있는 신개발주의는 결국 제주 가치의 훼손은 물론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마저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위대한 도민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와 약속을 오영훈 도정은 되새기기를 바란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6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