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자치권 등 기본구상안 제시
시작만 한채 구체적 청사진 안보여
○…지난 5월 제주도를 ‘자치 파라다이스’와 ‘이상적 자유시장경제모델’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이 발표된 이후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제주도는 추진기획단을 각각 출범시켜 세부추진계획안 및 법안 마련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청사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본보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을 계기로 정부의 세부추진계획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말까지 제주특별자치도의 전 부문에 대한 방향과 내용을 집중 재점검한다. <편집자주>…○
“제주특별자치도는 굉장히 수준이 높은 자치도, 일종의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이 구상은 제가 제일 먼저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안 만들고 새끼라도 호랑이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전국 지방일간신문사 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이로써 세부추진계획안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 자리에서 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 “좋은 제도를 만들어주면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이 결집될 것인지가 걱정이다”며 주민자치 역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개발사업의 방향에 대해 찬반양론이 부딪치게 돼 있는데, 이런 문제를 제주도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지 못하고, 정부가 선물주듯이 해서는 제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제주특별자치도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며, 도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등 제주사회의 현실과 과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발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서 최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특별자치도 안에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재정 뿐 아니라 자치입법, 자치조직까지 모두 포함된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규제 제로(0)의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구축, 관광·교육·의료와 이에 기반한 IT·BT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는 것이다.
제주지역은 유신정부 때부터 수차례 개발계획이 수립, 진행됐다. 특히 지난 1985년 특정지역종합개발계획을 비롯해 91년 제주개발특별법,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특별법 등이 제정돼 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나 개발에 대한 주민소외 우려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격론을 벌이다가 시기를 놓치데다 폐쇄적 지역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번 특별자치도는 제주지역으로서는 도약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별자치도 도(道) 추진기획단은 지난 7월 출범후 수차례 자체 또는 전문가 그룹, 유관기관 등과 워크숍을 개최하며 1백여개의 제도개선 과제를 간추려 최근 출범한 정부 추진기획단과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거 개발계획 수립 때와 마찬가지로 핵심을 추려내지 못하고 다시 백화점식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안정적 재정지원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각종 규제 해제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특별자치도 3대 핵심산업중 교육·의료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자치도 전반에 대한 주민 공감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향후 주민공청회에서 엄청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