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책상에서 못난 글을 살피다 한라일보 신춘문예 공모 당선 전화를 받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서니 머리에 흰 눈을 뒤집어쓴 한라산이 슬며시 미소 짓는다. 담담한 기분과 달리 거듭되는 헛기침이 괜찮냐며 안부를 묻는다. 부족한 내게, 당선의 기회를 주신 한라일보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주의 바다와 물이 고인 저수지를 자주 찾는다. 가만 들여다보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겨 있는 듯했다. 하도리 철새도래지도 즐겨 찾았다. 칠 년 전, 그곳에서 새와 물풀, 갈대를 눈에 담았다. 제주 시내 골목을 자전거로 돌며 낡은 골목과 무너진 담벼락, 빛바랜 건물들의 아우성을 들었다. 오래전 숨소리가 들리는 그곳에 귀를 기울였다. 골목 어디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장마에 녹아내리는 소금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한참을 묵혀뒀다가 꺼내어 색을 덧입혔다. 공모전에 내고 나니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다. 글을 쓰는 일은 늘 종점 없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일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했고 제주 문학의 집을 시작으로 문학관에서 창작 수업을 들었다. 소설이 뭔지 모르는 마구잡이였다가 뒤늦게 실눈이라도 뜨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때 만난 스승님의 가르침과 제안으로 멈추지 않고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늦게나마 스승님과 창작교실 자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 함께 하는 이녁동인과 글오름 문우들의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
▷1964년 서귀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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