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혹시라도 당선 소식이 오면 울어야지 먼저 김칫국을 마시며 세웠던 소심한 계획도 건망증 때문에 잊어버렸지만 작아서 더 여린 사물들의 말을 받아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우체국과 미인개엘 들렀다가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고 나니 그제야 조기(弔旗)와 근조화환 값을 송금해야 된다는 생각이 났다. 집으로 와서 장 본걸 정리해놓고 다시 ATM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송금을 한 후 나온 김에 숲길을 걷는 중이었다. 동지를 지나 제법 겨울다운 날씨였으므로 중무장을 한 상태였고 어수선한 시절이라 모르는 번호로 뜨는 전화는 잘 받지를 않는데 '064-' 생소한 번호였지만 왠지 받아보고 싶었다. 한라일보라는 말이 눌러쓴 모자를 뚫고 귓불에 닿는 순간 잠시 멍했다.
십여 년의 습작 후 2015년에 자유시 등단이 있었고 2019년부터 갑자기 시조 생각이 났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읽은 시조가 전부여서 막막했지만 정완영 시조작법을 읽으면서 율을 익혔고 율격에 맞춰 한 수 두 수 써보는 일이 꽤나 재미가 있었다.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한 해의 끝자락, 조여만 드는 숨통을 트이게 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라일보에 감사드리며 기뻐해준 가족들과 저와 제 시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깊숙이 숨겨놓은 사랑의 마음을 꺼내 전하며 자주 잊어버려 고생이 많은 나의 손과 발을 토닥여 본다. 가끔이라는 말 보다 자주라는 말이 자주 좋아지는 성탄절 이틀 전날의 일이다.
▷1962년 대구 군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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