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조폭들, 학교에 가다

[기자의 시각]조폭들, 학교에 가다
  • 입력 : 2002. 05.09(목) 12:51
  • /고대로기자 drk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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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폭력배들이 고교 교무실에 난입해 1시간여 동안 난동을 부리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후 A고등학교 교무실에 짧은 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20대 초반 조직 폭력배 4명이 쳐들어 왔다.

 이유는 재학중인 조직원 선배의 여동생이 선배 남학생들로 부터 놀림을 당해 괴로워하고 있는데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

 이런 명목을 내세운 이들은 “여학생의 담임 선생이 누구냐”며 교사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1시간 남짓 교무실을 공포의 분위기속으로 몰아 넣었다.

 더구나 이를 만류하는 교사를 몸으로 밀치고 “무슨 일이냐”며 다독거리는 교사에게는 “한번 붙어 보자”고 험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팔장을 끼는 등 위협적인 태도도 서슴치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조직폭력배들은 이날 신성한 교무실을 완전히 장악하고 교권을 깡그리 뭉개 버렸다. 어쩌다가 조폭들마저 교권을 우습게 여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이 교권을 우습게 알고 날뛴 이유는 교사의 권위를 깍아 내리려는 학부모와 사회적 분위기를 비롯하여 이들을 왜곡포장하는 영화·TV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도 문제가 있다.

 일부 대중매체에서 ‘조폭=의리’로 묘사하는 등 이들의 실생활을 그릇되게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일부 청소년들이 조직폭력배를 동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힘을 얻고 더욱 날뛰고 있다.

 조폭이 이 사회에서 치료 불능의 악성종양으로 악화된지는 오래지만 이제 신성한 학교 교무실까지 들어가 난동을 부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데 충격을 주고있다. 더 늦기전에 법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이들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와 교사의 권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위태한 지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우리 모두 곰곰히 되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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