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으면 파도소리 물새소리 들리는 내고향 한담동. 어린시절 테우배 띄우고 모래밭에서 목욕하던 그 시절, 꿈엔들 잊힐리야…” 절절한 고향사랑의 싯구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북제주군 애월읍 하귀∼애월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한담동(漢潭洞) 이정표가 나온다. 토비스콘도 옆길을 따라 내려가면 한담동 포구에 도달하는데 편안한 느낌이 감싸돈다. 한담동은 동풍이 불면 유난히도 파도가 잔잔하고 물 맑은데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담포구에서 꾼들의 낚시질을 구경하다가 포구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조성된 해안 산책로를 걸었다. 주위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고 석양이 노을지는 짙푸른 바다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담하고 조용한 모래사장까지 구비됐으니 오밀조밀한 연안풍경의 매력이 그만이다.
북제주군이 2001년 연안정비사업의 일환으로 1.5km에 이르는 산책로를 제주가공석과 조약돌을 이용해 개설했다. 산책로 중 880m는 조약돌을 이용한 지압거리로 만들어져 이색적이다. 피서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는 가하면 한적한 요즘에는 콘도 손님이나 약간의 도민들이 산책을 한다.
날이 저물어가면 나무 벤치에 앉아 화려한 낙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일몰비경지 중 대표적이다. 산책로주변에는 용천수 ‘용드렁 물’, 거석 ‘가린돌’ ‘아그랑 작대기’ 등 수많은 기암괴석과 4.3유적 동굴도 보인다.
60∼70년대까지만해도 25여가구가 살면서 인근에서 물소금을 제조하기도 했다. 한담포구에는 테우배가 수십척에 이를 정도로 멸치 자리돔 어장으로도 유명했었다. 한마디로 풍광좋은 어촌마을이었다.
하지만 1980년을 전후해 어느 유명연예인이 별장을 만든 뒤부터 개발 붐이 일면서 땅값이 오르자 주민들이 땅을 팔아 타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고,지금은 타지역에서 이주해온 8세대와 토박이 2세대 만이 거주하고 있다.
당시 고향을 떠났던 주민들은 여름철 피서를 즐길 겸 동네를 찾곤하지만. 자기가 살던 집들이 소유권이 넘어간 채 빈집으로 남아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더구나 이처럼 해안풍광이 아름다운 고향을 다른사람에게 팔고 떠난 것이 후회스럽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1998년 ‘한담동 사람들’은 한담포구에 애향동산을 만들고 고향에 대한 애뜻한 사랑을 담은 글은 새긴 비석을 세운다. 비록 몸은 떠나 있어도 옛날 살던 한담동의 모습을 한시라도 잊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발붐이 원주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이다.
이곳에서는 1918년 마을주민들의 추억이 담겨진 등돌과 연자방아가 남아있고,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주변에는 한담별장횟집과 한담의 바다풍경 레스토랑, 토비스콘도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설명]북제주군 애월읍 하귀∼애월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한담동 포구가 나온다. 한담포구는 테우배가 수십척에 이를 정도로 멸치 자리돔 어장으로도 유명한 풍광좋은 어촌마을이다. 1998년 한담동 사람들은 한담포구에 애향동산을 만들고 고향에 대한 애뜻한 사랑의 글을 새긴 비석을 세웠다./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