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명소를 찾아]커피전문점 피오레

[이색명소를 찾아]커피전문점 피오레

커피향 솔~솔~ 어느새 난 공예가
  • 입력 : 2003. 12.05(금) 15:24
  • /한승철기자 scha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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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fiore)는 이탈리아어로 꽃이다. 제주시내 홀리데이인 크라운프라자호텔 바로 서쪽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이다.

 상점가가 밀집한 거리에서 피오레라는 상호를 찾아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차도자기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초겨울에 맛보는 커피향기도 그렇거니와 3분의 1쯤 차지하는 별도의 공간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초벌구이한 찻잔 받침대와 머그잔에 뭔가를 열심히 그리는 사람들이 손님인지, 종업원인지가 궁금해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의 답변을 들으니 핸드페인팅을 배우는 피오레 회원들이었고, 그 공간은 ‘도자기 공방(工房)’인 셈이었다. 주인 장호연씨(46·여)가 꿈꾸는 ‘커피숍을 겸한 문화공간’, 이른바 신세대 감각의 퓨전공간이라고 할까.

 여느 공예가의 작업장처럼 진열돼 있는 완성작품들과 작업대에 앉아 작품에 몰두해 있는 모습들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뭔가에 열중해 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기는 뭐하지만 다소 수다를 떨어도 오히려 괘념치 않을 듯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체험하고 싶은 손님이라면 주인 선생님에게 말해 곧바로 실습을 할 수도 있겠고, 작품을 소재로 회원들과 의견을 교환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다.

 여기 회원들은 가게문을 여는 동안 자유롭게 들러 핸드페인팅을 배우고 있다. 회원이 되려면 입회비 5만원과 재료비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7월에 문을 연 뒤 회원도 90여명으로 늘었다. 주변을 지나던 관광객들도 이곳에 들러 초벌구이한 도자기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 작품을 만들어 가져가거나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공방내 가마에서 1200도로 구워 완성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머그잔 같은 것은 8천원에 작품이 만들어진다.그리고 커피값은 다른 업소보다 비쌀 것 같았지만 2천원 내외이다.

 이 정도면 ‘커피와 문화공간’을 절묘하게 믹서한 업소로 꼽을 수 있겠다. 가게 밖 난간에는 조화로 꾸며놓아 세련된 인테리어 솜씨가 돋보인다. 명문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주인의 가게답다고 할까.

 주인 장씨는 장준하 선생의 3남2녀중 차녀다. 장준하 선생(1918∼1975) 은 ‘사상계’를 창간한 지식인으로 항일 자주독립운동, 사상계를 통한 지식인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막사이사이상(1962년)수상자이며 지난 99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아버님 얘기에 대한 공개를 한사코 사양한 주인 장씨는 “아버님을 바라보는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게될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 자신은 20년전에 제주사람과 결혼해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라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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