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17)연재를 마치며

[제주섬 박물관 순례](17)연재를 마치며
‘박물관 천국’ 구호로 그쳐선 안돼
  • 입력 : 2006. 05.24(수) 00:00
  • /진선희기자 ji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지역 박물관 설립 꾸준한 증가세

일부 전시물 부실·사회교육 부재 한계

별도 지원책 없으면 영세성 면치 못해


 박물관 천국 제주도. 창립 1주년을 기념해 이달 25일 만남의 행사를 여는 제주도박물관협의회가 초대장에 써놓은 말이다.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제주 지역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건물’중 하나가 박물관이다. 제주도박물관협의회 소속 박물관도 29개에 이른다. 제주해녀박물관, 돌문화공원이 다음달 문을 열고 자동차박물관, 밀랍인형박물관 등 제주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는 박물관 소식도 들린다.

 ‘제주섬 박물관 순례’를 통해 열여섯군데의 박물관을 찾았다. 사설박물관이 1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공립박물관이다. 최근 생겨난 박물관들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나 남제주군 관광지 주변에 위치했다.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에서다.

 ▶개관하면 사라지는 학예사=2006년 5월 현재 도내 등록박물관은 18개소. 일정의 유물과 전시실외에 학예연구사를 갖춰야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설 박물관중 상당수는 정작 등록 이후 학예연구사가 자취를 감춘다. 인건비를 댈 여력이 없어서다. 실제, 박물관 순례를 통해 찾은 사설 박물관중에 학예연구사를 두고 있는 곳은 5군데에 그쳤다.

 학예연구사의 부재는 전시 내용의 빈곤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관 이후 ‘반짝’ 기획전을 연 이후 지금까지 후속전시 소식이 없거나, 단 한차례 기획전을 열어본 적이 없는 박물관도 있다. 국·공립박물관이 평생교육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즈음에 이들 박물관에서 체험행사 운영을 기대하긴 어렵다. 전통과 민속을 테마로 한 일부 박물관에서는 당장 전시 안내를 맡을 인력이 부족한 탓에 문화관광해설사 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등록 이후 지원이 아쉽다=등록박물관이 되면 설립시 취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면제 같은 세제혜택을 받지만 그 이후 별다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설 박물관 대부분이 공익을 목적으로 사재를 털어 지어진 곳이지만 개관 이후가 더욱 걱정이다.

 관람객이 넘쳐나지 않는 한 박물관 문을 열어놓고 이익을 얻는 게 쉽지 않다. 제주지역 박물관 육성에 대한 행정의 의지가 없으면 ‘박물관 천국’은 구호로 그칠 수 밖에 없다. 사설 박물관중에는 관람객들이 찾기 편하게 안내 표지판 하나라도 제대로 세우고 싶다는 뜻을 비칠 정도다. 박물관및미술관진흥조례를 제정한 경기도, 10여개 등록·미등록 박물관을 연계해 ‘박물관 고을’임을 널리 띄우고 있는 강원도 영월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이름뿐인 박물관 달라져야=박물관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정된 자연 자원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서 ‘박물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중 일부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실한 전시물을 내보이거나 상품 판매에 열중하고 있어 우려된다.

 제주지역 박물관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물관측에서는 지자체의 지원을 요구하는 한편에 부실한 콘텐츠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테마별로 전문성을 키워가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한다. 이같은 움직임이 있을 때 공동 홍보물 제작,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 개발, 박물관 순회전 등과 같은 박물관을 활용한 관광상품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도박물관협의회의 관계자는 “사설박물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지원책이 없으면 아무리 박물관이 많아져도 관광자원으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면서 “각 박물관에서도 전시물 보강, 체험학습 운영처럼 박물관의 공적인 역할을 강화하려는 자구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0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