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예의없는 것들]

[새영화/예의없는 것들]
  • 입력 : 2006. 08.26(토) 00:00
  •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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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은 없애 주마

 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세상의 예의없는 이들만 골라 처리하는 독특한 킬라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킬라’는 영화속에서 시종일관 내레이션 형식으로 관객과 의사소통한다. 직접 대화가 없이도 배우의 행동과 표정이 워낙 리얼해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없다.

 ‘킬라’(신하균)는 폼나게 살고 싶지만 혀가 짧은 게 문제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소녀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그는 혀짧은 소리로 사느니 차라리 말하지 않고 살기로 작정한다.

 어느날 그는 1억원만 있으면 짧은 혀를 늘리는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귀가 번쩍 뜨인다. 그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 청부살인업자가 되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짓이 도살자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회의감을 느끼고, 동료 ‘발레’(김민준)의 ‘나름의 룰을 정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 때부터 킬라는 사회의 예의없는 것들만 죽이기로 규칙을 정하고 스스로의 직업을 합리화한다.

 작업 후 독한 술을 마시기 위해 찾는 바에는 그에게 키스 공세를 퍼붓는 ‘그녀’(윤지혜)가 있다. 그리고 말이 없는 킬라를 좋아하는 그녀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녀는 영화속에서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그녀’라는 이름으로만 불린다. 어느 날 킬라와 발레는 재래시장 재개발로 폭리를 취하려는 놈들을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박철희 감독은 영화속에서 소외된 비주류 인간들의 얘기를 독특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냉정한 살인기계같은 킬라지만 투우사를 꿈꾸고 시를 쓰는 순수함도 간직하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다시 한 번 말 못하고 눈빛과 표정으로 수십가지 감정을 보여주는 신하균과 출연진들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표현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이권다툼에 얽힌 살인극은 치밀하거나 긴박감이 덜하고,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수준은 아니다.

 어차피 뒤틀린 세상, 조금씩 양보하며 살자는 것이 영화 ‘예의없는 것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24일 개봉.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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