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소년의 아빠찾아 상경기
24일 개봉한 ‘아이스케키’는 복고풍 가족영화다. 오래된 앨범속 추억의 흑백사진을 들춰보듯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을 상기시켜 낸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 한 소도시. 주인공인 10살 ‘영래’(박지빈)는 경찰단속을 피해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억척스런 엄마(신애라)와 단둘이 산다. 영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울에 살고 있다는 아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엄마몰래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한다. 서울갈 기차표를 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아빠만 있다면 애들로부터 ‘애비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는 일도, 육성회비를 못내 학교 선생님의 핀잔을 듣는 일도, 엄마가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믿음에서다.
영화는 영래가 서울에 있는 아빠를 찾아나선다는 큰 줄거리에 자잘한 에피소드를 엮어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신발을 사겠다며 아이스케키를 파는 영래의 친구인 까까머리 고아원생 송수(장준영). 철길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송수가 ‘이젠 한쪽 신발만 사면 된다’며 영래의 서울갈 여비를 보태주는 진한 우정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빨갱이 자식’으로 아이스케키 가게에서 숨죽여 사는 인백 남매와 경찰의 눈을 피해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영래 엄마의 모습에서 당시의 사회상이 잘 녹아난다.
이렇듯 영화의 전개는 시종 가족애와 우정으로 향해 있다. 때문에 컴퓨터와 오락기 등 첨단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겐 영 이해할 수 없고 촌스런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40∼50대 중년들에겐 가난과 배고픔이 따라다녔지만 따뜻한 정만은 잃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게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친구가 먹는 아이스케키가 먹고 싶어 졸라대 한 입 빨아먹곤 행복에 겨워하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에겐 말이다.
1995년생 아역스타 박지빈의 자연스럽고 암팡진 1969년 아이의 연기는 기대를 깨뜨리지 않는다. 탤런트 신애라의 연기경력 17년만의 스크린 데뷔작이란 사실도 기대감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사투리 경연대회 수상자로부터 교습받았다는 천연덕스런 전라도 사투리 구사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