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김장의 추억
한 입 가득 김장김치, 바로 이 맛이야!
  • 입력 : 2007. 12.08(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옛 시절, 집집마다 김장은 겨울채비의 시작이었다. 수 십 포기의 배추를 잘씻어 소금을 뿌려 절여지기를 기다리는동안 준비한 빨간 양념을 절여진 노란 배추잎에 쓱쓱 버무린후 항아리에 차곡차곡 채우노라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듯했다. 동네잔치마냥 분주하고 정겨웠던 그 시절 김장담그던 날의 추억속으로 떠나보자. /사진=한라일보DB

먹을거리 풍족지 않았던 시절 겨울나기 음식

갓 담근 김장김치에 돼지고기 싸먹으면 그만



올해 달력도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있다.

딱히 몇 년 전쯤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 이맘때쯤 서민들의 겨울채비중 빼놓을 수 없는 일을 꼽자면 겨울반찬의 대명사 '김장'이었다. 김장을 마쳐야 비로소 겨울음식 걱정을 덜었던 셈이다.

먹을 게 곳곳에 넘쳐나는 풍족한 요즘과는 달리 간식거리가 귀했던 그 때 그 시절 김장을 담그던 날의 풍경속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한 해를 마무리할 이맘 때 김장을 담그기 위해 양념을 준비하고 배추를 소금에 절이느라 어머니는 물론이고 마을 이집저집에서 분주해하던 모습들을 잠시 떠올려봤다.

그 시절 김장은 집안의 큰 행사였다. 이듬해 초봄까지 몇 달을 나려면 요즘처럼 몇 포기론 어림도 없었다. 수 십포기는 기본이었다. 장날 고르고 골라 맛있어뵈는 배추를 사다가 이등분이나 사등분해 갈라 소금을 뿌려 절이는 일부터 김장은 시작됐다. 그 뿐이 아니었다. 배추속을 빨갛게 채울 고추, 마늘, 생강, 미나리, 파, 젓갈, 소금 등 양념을 미리미리 장만해두는 건 기본이었다. 매운 마늘이라도 까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어쩌나 괜시리 걱정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소금에 노란 배추가 적당히 절여져 김장을 담그는 시간은 은근히 기다렸다. 잘 절여진 노란 배춧잎을 뜯어먹는 맛도 아삭아삭 괜찮았지만, 빨간 양념옷으로 금방 갈아입은 김치의 한 잎을 뚝 뜯어내 입속가득 먹는 그 맛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장을 담그는 어머니 옆에 찰싹 붙어앉아 매운맛에 눈물을 쏙 빼면서도 자꾸만 손은 김장으로 향했다. "매운 김치를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린다"는 걱정어린 소리에도 그날만큼은 맛깔스런 김장을 실컷 맛봐야만 할 것 같았다.

김장하는 날 빼놓을 수 없는 건 삶은 돼지고기였다. 김장을 마치고 저녁상에 올라온 절인 배춧잎에 배추속과 갓 삶은 돼지고기를 크게 싸 한 입 가득 먹거나 길게 찢은 김치를 밥위에 올려먹는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시골에선 김장철이면 동네잔치마냥 시끌벅적했다. 간은 잘 맞았는지, 서로 담근 김장을 맛보라며 정을 담아 조금씩 주고받는 풍경이 자연스레 연출되기도 했다. "어느 집에서 김장을 제일 맛있게 담갔더라"는 입소문이 나는 건 당연했다.

기술의 발달로 담근지 몇 달이 지난 김치도 갓 담근듯한 맛을 유지해주는 김치냉장고가 인기다. 그리고 전화 한 통이면 김치가 현관까지 배달되는 시대지만 떠들썩한 입담과 손맛으로 담그던 추억의 김장맛에 견줄 수 있을까?

전통음식 김치, 효능도 으뜸

항산화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해 세계가 주목

정성으로 버무려 이웃에 나누는 손길도 분주


▲올해는 예년에 비해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정성껏 담은 김장김치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려는 따뜻한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식단의 서구화로 김치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김치의 효능은 세인이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김치를 일본의 콩, 인도의 렌틸콩,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등과 함께 세계 5개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또 2003년 사스가 지구촌을 긴장시켰을 때 한국인에게 감염안된 이유가 김치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면서 또 한번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도 김치는 인기있는 식품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파, 마늘, 고추 등에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A와 C, 무기질이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김치가 발효돼 생기는 유산균은 장내 유용 미생물의 증식에도 도움이 되고, 열량이 적은데다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해 체중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염장식품으로 소금 섭취량에 주의해야 하는 고혈압이나 위염이 있는 사람들은 섭취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해마다 12월이면 도내 여러 기관·단체에선 김장담그기 행사를 마련한다. 어려운 이웃들과 정성으로 버무린 김장을 나눠먹으려는 취지의 행사들이다. 올해는 배추값이 예년과 달리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때문에 부담은 늘었지만 따뜻한 마음은 여전해 추운 날씨를 녹여내고 있다.

이달 3일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앞마당에서는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가 열려 제주불교사회봉사회 자원봉사자 60여명이 저소득층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만들었다. 제주자치도청 존샘봉사회에서도 이달 1일 제주양로원을 방문해 목욕과 청소봉사를 벌이고, 국민은행봉사회와 함께 '사랑으로 양념하고 웃음으로 버무린 김장 담그기'행사를 가졌다.

한국복지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 효나눔노인복지센터도 이달 1일 국민은행 직원들과 함께 '사랑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벌여 노인과 저소득층 등 90여가구에 김치를 나눠 전달했다. 또 오는 14일에는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 몇몇 기관 단체들과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가 예정돼 있다.

SK에너지주식회사가 주최하고 제주YMCA , 국제와이즈멘 제주부지구가 공동 주관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도 8일 제주YMCA 앞마당에서 열려 자원봉사자 2백여명이 담근 2천포기의 김치를 홀로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게 된다.

농협제주지역본부는 이달 중순쯤 고향생각주부모임, 농가주부모임과 공동으로 김장담그기 한마당 행사를 준비중이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행사에서는 예년보다 수량을 대폭 늘려 2천여포기의 배추로 정성껏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에 나눠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김장담그기에는 결혼 이민자 10여명도 함께 참여해 절인배추에 양념을 버무릴 예정이어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닐 전망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98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