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아라동 탐라목석원에서 만난 고훈식 시인. 2006년부터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중인 그는 제주어로 쓰여진 애송시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섬 사람들 살아온 과정 담은 방언시집 두 권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 제주어 해설 관심
한동안 원더걸스의 '텔미'를 제주어로 바꿔부른 동영상이 인기였다. 네티즌들이 이 노래를 듣기 위해 와글와글 모여들었다. 그만큼 제주어가 별나게 들리기 때문이겠다.
한편에선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기왕 제주어에 관심을 가졌다면 제주 사람들의 정서를 바른 표기의 노랫말에 담아 널리 불려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고훈식 시인(61)이 '제주도 방언 시 모음집'을 낸 사연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제주어로 바꿔 낭송하는 게 유행처럼 퍼졌다. 한국의 명시를 제주어로 옮겨놓은 걸 두고 재미나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지만 시인은 달랐다. 왠지 자존심이 구겨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제주 시인이 쓴 아름다운 방언시가 애송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시인은 그때부터 제주어로 한편씩 시를 써내려갔다. '제주도 할망 정신'이란 시도 그중 하나다.
시인은 2006년에 50여편의 제주어 시를 담은 시집을 내놓는다. 시편마다 '표준어 번역'을 곁들여 시집이 꽤 두툼하다. 제주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주어로 촤르르 풀어냈다.
쉰다리(밥과 누룩으로 담근 음료), 원담(고기잡이 돌담), 동녕바치(거지), 올레, 구덕(대바구니), 수눌음, 바당, 개역(미숫가루) 등에 담긴 제주의 정신을 추적했던 이 시집은 도내 서점에서 팔리는 제주 관련 도서중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에는 두번째 방언 시집을 펴냈다. 제주방언연구회의 제주어표기법에 따라 아래아(·)는 물론이고 쌍아래아(··)까지 살려쓰느라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문학을 통해 제주어를 보듬는 일에 공을 들였던 시인은 방언 시집을 냈던 그해에 새로운 일에 뛰어든다. 문화관광해설사로 변신했다.
현재 제주시 탐라목석원에 배치된 그는 '육지' 관람객들이 방문하면 제주어 해설을 즐겨한다. 돌탑, 정낭, 말(馬)방아 등에 얽힌 사연을 간간이 제주어를 곁들여 해설하면 관광객들이 한층 흥미롭게 듣는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섬에 머무는 동안 '이국적인' 사투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하고 있더라는 게 시인의 말이다.
"60평생 마음껏 쓰고 있고, 나름대로는 잘 알고 있고, 희귀한 언어"이기에 제주방언으로 시를 쓴다는 시인. 그는 앞으로 제주어의 어원 등을 요모조모 따져보는 산문집을 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