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치른 제주연극제 심사위원 "걱정스럽다"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숫자가 점점 줄었다. 첫날은 객석의 1/3쯤 채우더니 뒷날은 1/4정도가 찼다. 셋째날은 1/5을 조금 넘겼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8백여석 규모의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전국연극제 제주예선대회가 그랬다.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전국연극제 제주대표로 나갈 극단을 뽑는 이 대회는 제17회 제주연극제를 겸했다. 경연무대이긴 하지만 제주연극인들의 축제라는 의미가 담겼다.
불행히도, 3일간의 제주연극제는 맥이 빠져있었다. '관객들에게 스며드는 연극제', '관객과 호흡하지 않는 무대는 죽은 무대'라는 주최측의 '모시는 글'이 무색할 만큼.
극단 세이레는 소극장에 맞춤한 '막차 탄 동기동창'으로 힘겹게 대극장 무대를 채워갔고, 이어도는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장애인 아버지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 동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말로 갑갑증을 안겼다. 가람의 '김사장을 흔들지 마라'는 군데군데 웃음폭탄을 안은 작품이지만 '불발탄'으로 끝났다.
이어도의 여배우 강종임을 새삼 발견하고, 가람의 무대 미술에서 스태프의 노력을 읽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제주연극제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긴 어려웠다. 다른 지역에서 위촉한 두 명의 심사위원은 총평에서 "제주연극이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 분발해야 한다"며 에두르지 않고 쓴소리를 던졌다.
제주연극이 처한 현실은 '빈곤의 악순환'을 떠올리게 한다. 연출자, 배우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십수년간 한 길을 걸으며 전문적인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연극인들이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출연 가능한 배우수에 맞춰 희곡을 고른다는 얘기도 있다. 올 제주연극제에는 많아야 8명이 출연하고 나머지는 3~5명이 등장하는 작품이 나왔다. 열악한 여건에 좋은 연극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관객들은 외면한다.
지난 연말, 또하나의 제주 연극잔치인 소극장축제를 둘러싸고 '흉흉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어느 극단이 관객 4명만 앉혀놓고 공연을 했더란다. 믿기 힘든 말이지만 그것이 제주연극의 현실일지 모른다.
제주도연극협회는 지난해 처음 연출, 연기, 분장 등 연극교실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틀씩 나눈 4일간의 일정이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올해부터는 교육기간을 늘려 지역연극인 양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하겠다. 한 중견 연극인은 "사람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각 극단에서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이나 관객의 관심은 부차적인 문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