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다른 표정을 만나는 즐거움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다른 표정을 만나는 즐거움
제주대 미술학과 작품전
  • 입력 : 2008. 05.20(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새로운 길 만들어낼 희망…지역은 어떤 판 깔아줄까


초대의 글은 이랬다. 행복한 작품들이 많고, 즐겁고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작품들이 많을 거라고. 전시장으로 오셔서 그 열정과 마음을 담아가시라고. 예산이 넉넉치 못해 흑백으로 찍어냈다는 도록의 첫장에 실린 그 글을 새기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예년처럼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작품전 첫날은 북적거렸다. 마이크를 들고 이곳저곳에서 축사가 이어지는 그 틈을 비집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대형 햄버거 조형물을 시작으로 1백30여점이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즐거웠다.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읽혔다. 강은정의 '숨바꼭질', 김지영의 '선플라워', 김창희의 '미스터 스크래치', 문혜주의 '2008 M/UP☆', 박재윤의 '하모니', 변정민의 '올드 스토리', 손지혜의 '꽃무늬 할망', 이은경의 '샤인 스토리', 최창훈의 '가빠 용역', 이동혁의 '일루션', 이영호의 '빙딱 3마리', 허진아의 '관계 Ⅱ' 등에서 발길이 멈췄다.

제주에서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이른바 '작가'의 길을 걷는 이들은 한해 서넛 정도다. 이번에 나온 여러 작품들이 수도없이 변주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발길을 돌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졸업후 유학을 떠난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미술학원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른이 되어서도 붓을 들고 캔버스를 마주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졸업후 건축이나 디자인으로 눈길을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30대 중반 작가와 이 문제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저 파릇파릇한 '예비 작가'들을 어떻게 지역에서 키워낼 것인가.

창작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제주의 젊은 예술가를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용하는 거다. 또다른 하나는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재정 등을 지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시행하는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본래 취지대로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들이 '겁쟁이'가 아닐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창작의 다양성을 낳는다. 미술이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예산이 없어서, 기금이 부족해 작가들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떤 일이든 그럴 것이다.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고민은 달라지지 않을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1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