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박물관 해양종합전시관 비좁은 공간연출 등 아쉬움
박물관 중장기 발전 계획을
전시장의 절반이 고래였다. 흑범고래, 고양이고래, 범고래, 큰부리고래 따위의 두골 모형이 허연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 연안에 출몰한다는 큰돌고래, 상괭이 골격도 보인다.
몇걸음 옮겨놓으면 거대한 고래뼈가 눈에 들어온다. 2004년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 해안가에 떠밀려온 브라이드 고래 골격이다. 길이가 무려 13m에 이른다. 전시실 바닥엔 리액티브 시스템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발을 움직이면 고래가 헤엄치는 영상이 깔렸다.
지난 1일 문을 연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해양종합전시관. 개관 이래 처음이라는 대대적인 공사끝에 박물관 서측에 들어선 전시관이다.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을 가진 제주에서 해양종합전시관 조성은 늦은 감이 있다. 바다를 떼어놓고 제주인의 삶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양종합전시관이 그같은 의미를 제대로 살렸을까. '고래의 숲'을 지나 공생의 제주바다, 제주 바다 생물 교실이 이어지지만 제주섬의 특징이 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파닥거릴 것 같은 고기떼들이 그저 매달려있을 뿐, 제주만의 색깔과 볼거리를 흥미롭게 드러내지 못했다. 전시관이 생기기전, 박물관 로비에서 방문객들을 맨 먼저 맞았던 산갈치는 때아닌 찬밥신세가 됐다. 동김녕포구와 이호해수욕장에서 잡힌 4.5m 길이의 이 대형 어류는 전시관 구석 자리에 밀려나 있었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개관한 해가 1984년. 그로부터 24년만에 어렵사리 생겨난 해양종합전시관이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넓은 바다를 누비던 브라이드 고래의 골격은 비좁은 공간 탓에 철장에 갇힌 꼴이 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래뼈라고 하지만 그 위용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기왕 고래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제주와 고래의 연관성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했다. 그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처지라고 전시장에 적어놓긴 했지만 '왜 하필 고래인가'에 대한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으면 싶다.
지난 3월 제주도문화진흥본부가 출범하면서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을 포함한 4개 공립박물관·미술관을 관리하는 박물관운영부가 생겨났다. 관장 직급이 낮춰지고 전문 인력이 확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섬의 역사와 문화, 자연이 그곳에 다 있다. 박물관이 곧 제주도인 것처럼 말이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 중장기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 해양종합전시관 건립도 그같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컨텐츠가 갖춰지고 시설 공사가 이루어졌다면 한층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을 제주특별자치도의 대표 박물관으로 키우려는 당국의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