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25)'소라횟집' 곽상임씨 가족

[代를잇는사람들](25)'소라횟집' 곽상임씨 가족
"제주바당 한입에 담아 드려요"
  • 입력 : 2008. 08.02(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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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건입동 서부두에 '소라횟집'을 탄생시킨 곽상임 할머니(가운데)가 아들인 한석광씨(오른쪽), 며느리 고영순씨(왼쪽)와 횟감을 떠놓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수산물 노점상서 30여년 전 식당 개업
아들 부부가 가업 이으며 단골도 여럿


바람에 실려오는 짭쪼름한 바다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제주시 건입동 서부두. 활어횟집이 즐비하기로 소문난 이 곳 횟집 명품거리에 '소라 횟집'이 있다.

가끔씩 횟집거리를 찾는 이들이라면 꽤 오래전에 간판이 내걸렸다고 여기는 이 횟집을 꾸리는 이는 한석광(51)·고영순씨(49) 부부다. 그리고 32년 전 현재의 횟집을 탄생시킨 이는 한씨의 어머니 곽상임 할머니(76)로, 아들 부부가 가업을 잇고 있다.

전라남도 함평이 고향인 곽 할머니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스물셋에 외삼촌이 있는 제주로 거주지를 옮겼다. 바로 그 해 서귀포시 강정 출신의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하고 여섯 남매를 뒀다. 너나없이 힘든 시절이기도 했지만 제주에서의 삶은 고생길이었다.

"60년대 제주시 방파제에서 전복·소라·해삼을 파는 노점상에서 시작해 조선소 창고 건물에 입주해 수산물 장사까지 안해본 일이 없어요."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1976년 곽 할머니는 서부두에 어엿하게 '소라 식당'이란 간판을 내걸었고, 1984년 결혼한 외아들인 한씨 부부가 횟집 경영에 합류하며 어머니의 든든한 동업자가 됐다.

곽 할머니가 40여년간 수산물만을 팔며 내공을 쌓아오는동안 횟집 주변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탑동이 매립되면서 횟집 서쪽으로 푸른 파도가 넘실대던 자리엔 넓은 광장이 자리잡았다. 또 예전엔 붕장어회(일명 '아나고')가 주메뉴였으나 수산양식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황돔, 돌돔, 벵에돔 등 다양한 생선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싱싱한 회와 화려한 야채장식을 곁들여 맛깔스럽게 한 상 차려낸 해산물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횟집이지만 손님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회가 도톰해야, 또는 얇아야 씹는 맛이 좋다는 손님들의 주문대로 주방장의 칼놀림도 달라진다.

제2의 고향 제주에 정착한 곽 할머니는 "제주사람들이 날 살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수년 전 '현역'에서 물러나 횟집 운영을 아들 내외에게 넘겨준 할머니의 며느리 사랑도 각별하다. "복덩이가 우리집에 들어왔어. 손님들을 정성껏 대하느라 애쓰는 며느리가 안예쁠 수가 있나 뭐"라는 시어머니의 얘기에 "어머니의 손맛을 본 손님들 가운데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라고 화답하는 고씨다.

관광객들이 "회가 맛있는 집이라더라"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맛나게 먹고 갈 때 보람이야 더 말할 게 없다. 덕분에 얼굴이 낯익은 단골들도 꽤 여럿 생겼다. "제주 회를 꼭 맛보고 가야 한다"며 찾아온 고객들에게 주인장의 기분좋은 서비스는 덤이다.

"기억하고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이 항상 고맙지. 하지만 손님을 맞이할 때의 마음가짐은 누구나 똑같아. 처음 오신 손님들이 기분좋게 드시고 가신다면 다음에도 또 찾아오시지 않겠어." 40년이 넘게 수산물만을 팔아온 곽 할머니의 장사 노하우는 역시 '신용'이었다.

취재를 마칠 즈음 곽 할머니는 "날이 더워 고생이 많겠다"며 주방장이 방금 뜬 황돔 한 접시를 맛깔스럽게 내주신다. 역시 회는 혀보다 눈으로 먼저 맛을 느낀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입안에 회를 한 입 넣으니 생선살이 입에 착 달라붙으며 제주바다의 맛이 가득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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