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꽃단장'으로 끝낼 일 아니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꽃단장'으로 끝낼 일 아니다
  • 입력 : 2008. 09.09(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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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사업 진행 공공미술…주민참여가 성패의 관건
특정지역 집중도 효율적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이 붙은 듯 했다. 지난 3월 '문화도시 그리기' 연수차 김해시를 방문했을 때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디자인과를 설치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도시 통영에서는 도시디자인담당이 있다고 했다. 안양시의 공공디자인 시범도시와 공공예술 프로젝트, 공공디자인을 통해 옛 도심을 재생한 부산 광복로. 이들만이 아니라 각지에서는 공간디자인, 공공예술, 공공미술 등의 이름으로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는 사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첫 발을 뗐다. 제주시 남초등학교에, 서귀포시 신시가지 문화공원에, 제주시 건입동 주민자치센터 부근에서다. 올해는 공모사업으로 진행된다. 얼마전 공모 당선작 2점을 결정짓고 연말까지 제주시 일도2동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설치를 끝낸다.

첫해엔 1억5천만원을 들였고, 이번엔 총 2억원이 쓰인다. 제주도는 내년엔 국비까지 포함해 6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산이 느는 걸 보니 공공미술에 대한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몇몇 지역을 '꽃단장'하는 데서 멈춰선 안될 것이다. 남초등학교 교정에 색색의 타일이 입혀지고, 서귀포 신시가지 문화공원 벤치를 갖가지 빛깔로 치장했다면 그것이 가져올 변화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왜 하필 그곳에 도민 세금을 들인 공공미술 작업이 이루어졌나를 묻는 일이다. 뭉뚱그려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해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취지만 내세울 게 아니라 제주도가 구상하는 문화도시의 얼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콘크리트숲만 늘어가는 도시개발이 섬 곳곳에서 숨가쁘게 벌어지는 중에 공공미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제주지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2011년까지 5년 사업으로 짜여졌다. 기왕에 중장기 계획을 세운 만큼 남은 기간엔 특정 지역을 정해 집중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처럼 6월에 사업설명회를 시작해 8월 응모작 접수, 12월까지 설치 완료하는 방식으로 조형물 하나 세우듯 공공미술을 진행한다면 예술가들의 작품 발표장을 넘어서지 못할 우려가 크다.

공공미술 성패의 관건은 주민 참여다.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공공미술 작품은 훗날 흉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만나 서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벌기'위해서도 공공미술 진행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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