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20·끝)강영봉 제주대 교수

[제주어 쓰게마씨](20·끝)강영봉 제주대 교수
제주어 표기법 제정부터 서두르자
  • 입력 : 2008. 09.25(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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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가 유행처럼 뜨고 있는 이 때에 30년 가깝게 제주어를 연구해온 강영봉 제주대 교수는 오히려 담담했다. 눈비음만 하지말고 가식없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즈막에 '제주어문화사전'을 엮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제주어 보존 목소리 반짝 유행으로 흘러선 안돼

보배로운 섬의 언어 전승 위해 가식없는 실천을



제주어는 지금 상종가다. 제주어 조례가 만들어졌고 제주어 주간이 생겼다. 학교에서는 제주어 교육의 필요성을 말하고, 제주어보존을 위한 민간단체가 창립했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는 하나 둘 늘고 있다. 제주어로 공연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줄을 잇는다.

정말 제주어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궁금증을 안고 30년 가깝게 제주어를 연구해온 강영봉(59)제주대 교수를 만났다. 제주어 연구 2세대로 불릴 만한 그는 제주대 국어문화원을 이끌며 우리글과 말, 제주어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반가운 일이다. 반짝하는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제주어는 표준어에 대립되는 개념인 방언으로 인식돼 사용하지 말아야 될 언어로 여겨온 게 사실이지 않나."

제주어발전기본계획안 작성에 참여했던 강 교수는 '왜, 지금 제주어인가'에 대한 답을 조목조목 풀어냈다. 그는 말했다. 생각해보시라. 제주사람인 당신께서 꿈을 꿀 때, 고민을 털어놓을 때 표준어를 쓰는가. 제주어를 쓰지 않나. 제주어는 곧 제주사람들의 삶이다. 방언은 국어를 형성하는 언어로 표준어보다 못한 게 아니다. 지역어가 살아야 국어는 한층 풍부해진다. 제주어만 쓰자는 게 아니다. 표준어도 함께 쓸 수 있다. 제발 아이들에게 제주어 쓰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시라.

제주어 보존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여야 하는 일이 있다. 제주어 표기법 제정이다. 강 교수는 이 대목을 몇차례 강조했다. 표기 원칙을 통일해야 훗날 제주어를 이어갈 세대들의 혼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표기에 따라 발음이 달라질 경우 그것이 제주어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제주도에서 나온 '제주어사전'(1995) 말미에 실린 제주방언연구회의 표기법을 기초로 도민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제주어표기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즈막에 그는 '제주어문화사전'발간 작업을 벌이고 있다. 풍부한 예문을 곁들여 제주섬 사람들의 삶의 풍경까지 그려내게 될 사전이다. 이 사전은 고인이 된 스승 현평효 선생과 함께 엮은 것으로 나온다.

사연은 이랬다. 스승의 1주기를 넘긴 어느 날, 유족들이 '제주어문화사전'을 준비하던 그에게 나무상자 네 개에 담길 정도의 제주어 조사 자료를 건넸다. 마침 강 교수의 생일날이었다. 지금 그는 직접 조사한 제주어 자료에다 스승이 남긴 오래된 제주어 카드를 대조해가며 '제주어문화사전'을 엮어가는 중이다.

어휘 하나를 그에 맞춤한 표준어로 바꾸기 위해 끙끙 앓아야 할 만큼 사전을 펴내는 일은 고되다. 거기다 이번에 나올 사전은 전편엔 제주어를 표준어로, 후편엔 표준어를 제주어로 풀어쓰는 방식으로 엮어지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제주어 관용표현 사전', '제주어 첩어 사전'까지 낼 계획이다. 제주어 연구의 결실을 그렇게 후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바람이 전해졌다.

"제주어는 이 섬에서 가장 보배로운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제주어를 보존하자며 눈비음(남의 눈에 들게 겉으로만 꾸미는 일)만 할 게 아니라 가식없는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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