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기후 대응道 제주 위기인가 기회인가](35)유럽은 지금 저탄소 녹색성장 열풍-⑤독일 시민풍력발전(딕스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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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으로 소득창출… 풍요로운 농촌 변신
  • 입력 : 2008. 10.24(금) 00:00
  • 고대로 기자 drk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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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1993년부터 풍력발전단지 조성 수익창출
바람을 기업에 판매하는 제주는 발상의 전환을


지난달 27일 오전 찾은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항구도시 플렌스부르크 인근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인 로이센 쾨게 들판에는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마을주민들이 투자해 세운 수십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1993년부터 지금까지 5개의 발전단지(48개 풍력발전기 설치)를 만들고 여러개의 소규모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시민발전단지 5곳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1기당 연간 5백30만㎾로 가구당 연간 사용량이 3천㎾임을 감안할 경우 엄청난 생산량이다. 주민들은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이곳에 시민풍력발전을 처음으로 구상한 사람은 시민풍력발전소 딕스호프(DIRKSHOF GRUPPE) 대표 디어크 케텔센이다.

1백40에이커의 땅에서 농사를 짓던 디어크씨는 농사이외의 다른 것들을 구상하던중 지난 1989년 재생가능에너지에 눈을 돌렸고 자기 집 뒤뜰에 2백㎾짜리 소규모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로이센 쾨게지역의 시민발전단지는 풍력발전기 48기에서 1기당 연간 5백30만KW의 전력을 생산, 전력회사에 판매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발전단지 조성시 철새 이동경로까지 감안하는 철저한 환경조사도 실시했다.



이후 1993년 본격적으로 시민발전으로 확대를 시도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1인당 투자비가 높았고 안정된 사업이라는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어크 케텔센 대표는 "사업초기 검증도 되지 않았고 돈도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웠다. 또 은행을 설득해 돈을 빌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1993년 첫 시민발전단지에 참가한 가구는 28가구. 주민들이 출자한 사업비는 가구당 10만유로로 1/3은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2/3는 은행대출로 충당했다.

하지만 풍력발전은 성공을 거듭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고 있다. 1993년 1단지 공사때 28가구만 참여했지만 이후 1996년 2단지와 3단지때는 각각 20가구와 54가구로 급증했으며 2002년 4단지때는 63가구, 올해 5단지 프로젝트에는 모두 75가구가 출자했다.

이들 5개단지에 투자된 돈은 2억7천만유로. 이 중 시민풍력발전단지 5개 단지에 2억유로, 7천만유로는 다른 소규모 발전시설에 투자됐다.

디어크 케텔센 대표는 "처음 1단지때부터 투자한 농가의 경우 농사나 다른 일을 하지 않고서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성공에 힙입어 딕스호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민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육상풍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3백㎿규모의 80기를 승인받았고 총공사비는 10억유로로 잡고 있다. 10억유로 중 절반의 금액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영국 전기회사가 투자하고 나머지는 시민참여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모두 8천4백여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이처럼 로이센 쾨게 지역 시민풍력발전이 성공한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처럼 기업들이 지역의 공용자원인 바람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는 것과는 달리 풍력발전이 주민소득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디어크 케텔센 대표는 "한국은 시민이 주인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해서 발전시설을 건립하고 전기를 국가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기업들이 지역의 공용자원인 바람과 태양광 등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것과 같다. 시민발전은 투자한 주민들이 모두 이익을 나누어 가진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에게 공공자원인 바람을 팔아넘기고 있는 제주도가 벤치마킹 해야할 대목이다.

/ 고대로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정적 소득보장 환경관광도 대비"


▲딕스호프 디어크 케텔센

"독일 농촌도 농사만으로 생활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농현상이 심하다. 하지만 풍력발전에 투자한 농민들은 안정적인 전기판매수익금으로 농사에 주력하지 않더라도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디어크 케텔센 딕스호프 대표는 이날 '고유가 대비 공동취재단'에게 "시민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돼 떠나지 않는 농촌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어와 이곳에 풍력발전단지를 만들었다면 수익은 외부로 고스란히 유출되고 마을 경관만 해쳤을 것"이라며 "우리땅에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이 의미있고 또 수익도 우리가 가져간다"고 시민 발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환경문제 논란과 관련해서는 "처음 시작때부터철새이동경로와 같은 환경조사를 철저히 했고 오히려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된 이후 재생가능에너지를 보려는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고 환경관광도 대비했다"고 말했다.

딕스호프는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가정집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든지 소음으로 인한 생활불편 등도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날개의 그림자가 집을 덮게 되면 센서가 감지해 날개를 멈추도록 했고 소음은 집안에서 측정했을 때 낮에는 45db, 밤에는 42db이하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크 케텔센 대표는 이와함께 시민풍력발전이 성공한데는 정부의 제도도 큰 뒷받침이 됐다고 말했다.

"시민풍력발전은 전력매입법(Stromeinspeisungsgesetz,StrEG, Electricity Feed Act)이 제정된 2000년보다 훨씬 앞서 추진됐지만 이미 독일에서는 1989년부터 국책프로그램이 있어 최고 50%까지 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전기생산차액을 정부로부터 보장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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