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관 내년부터 레지던스형 창작실 운영
입주작가 선정 이후 중요
제주에서 창작하는 꿈을 꾸는 이들이 많다. 뭍과는 다른 삶의 풍경은 예술가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자원이다. 조선시대 정객들이 쓴 울음을 삼키며 섬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면, 이즈음 예술가들은 스스로 '유배'를 택해 제주로 오는 게 아닐까.
연초 '제주섬 창작공간을 키우자'란 이름 아래 네 차례 연재물을 실은 적이 있다. 각지의 예술가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지원하면서 그들을 통해 제주가 품은 문화 자산을 끌어내자는 취지로 글을 썼다.
한 해가 마무리는 되는 계절에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이 창작스튜디오를 만들고 입주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경면 저지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도 빠르면 내년 가동을 목표로 청년작가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09제주문예진흥기금 항목에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을 신설했다. 이들 시설과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스에 주목하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이중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왔던 청년 이중섭이 머물렀던 초가 바로 앞에 조성됐다. 횟집을 리모델링해 모두 여섯개의 창작실을 뒀다. 입주작가들은 2009년 한햇동안 그곳에 둥지를 틀고 제주섬이 뿜어내는 기운을 다양한 빛깔의 작품에 담아낼 것이다.
서귀포시가 '국내외 유망 미술작가들의 창작 여건 활성화'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점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은 있다. 신청자격이 그렇다. '국내외 거주 미술작가로서 모집일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자'나 '기타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고만 되어있어서다. 창작스튜디오 운영 목적이 서귀포시가 밝힌대로 '유망' 미술작가에 방점을 찍었다면 '젊은'미술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굳이 행간 읽듯 감출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중섭이 제주로 내려와 창작활동을 했던 나이를 떠올려보면 적어도 40대 미만의 청년 작가에게 공간을 개방하는 게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아 보인다.
창작스튜디오는 작업실이 없는 이들을 위한 시설이기 보다는 국내외 작가간 경험을 나누면서 도전적이고 새로운 창작환경을 빚어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서귀포시가 국내 여러 국공립미술관이나 지자체에서 운영중인 창작스튜디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충분히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정작 무게를 실어야 하는 대목은 제주로 찾아들거나 제주에 터잡고 활동하던 작가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느냐'다. 전세금을 대주듯 작업실만 내줄 게 아니라 작가간 교류, 오픈 스튜디오 등 입주 작가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예산 규모, 프로그램 운영 등 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