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9)탐라차문화원 이순옥·이연정 모녀

[代를잇는사람들](39)탐라차문화원 이순옥·이연정 모녀
전통차로 제주 알리는 홍보대사
  • 입력 : 2008. 12.06(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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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동안 전통차의 우수성을 주변에 전파시키는 즐거움으로 분주한 삶을 살고 있는 탐라차문화원 이순옥 이사장(왼쪽)과 딸 이연정 원장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제주찾는 국내외 손님에 차 알림이 역할
감귤·버섯정과 등 차음식도 제주산 고집
"어린이 다도체험, 배려심 키우는 데 최고"


찻잔에 따르는 차향이 좋다. 한 모금 마시자 입안 가득 국화향이 번진다. 제주의 바닷바람을 견디며 자란 야생국화를 한 잎 한 잎 따내 말린 정성은 그렇게 한 잔의 차로 전해진다.

서귀포시 회수동에 자리한 '탐라차문화원'에 들어서자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보고픈 갖가지 다구와 전통차로 꾸민 다실이 정갈하다. 이순옥(58) 이사장과 이연정(34) 원장 모녀는 국화차 한 잔을 먼저 내놓는다.

이들 모녀가 전통 차의 우수성을 주변에 전파시키는 즐거움으로 분주한 삶을 살아온 것도 어느새 10년째다.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은 사찰에서 차 대접받던 것을 계기로 차를 알게 됐고, 한동안 차에 '미쳐' 지냈어요." 남편과 결혼후 제주사람으로 살면서 우리차의 향기를 퍼트리기 위해 손수 만든 차와 무거운 다기를 챙겨들고 주변의 행사장을 찾아 무료 시음행사를 펼쳤다.

그렇게 차 문화를 주변에 알리고픈 이 이사장의 욕심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차문화 교육장 '다솔산방' 운영으로 이어졌고, 올해 1월 사단법인 탐라차문화원이 개원했다. 다솔산방에선 차 문화를 가까이 하고픈 이들이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반 정도 차 예절 등을 배우면서 차를 베푸는 넉넉함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그렇게 배출한 교육생이 6백50여명에 이른다.

차에 대한 애정은 딸에게 자연스레 대물림됐다. 연정씨는 예절다도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올해 8월엔 동의대에서 '차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유형에 따른 소비특성에 관한 연구'로 경영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모녀는 수년 전부터 탐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로도 활동중이다.

"끓인 물을 숙우(물 식힘 그릇)에 따라 적당한 온도로 식힌 후 차를 넣은 다관에 부어 차가 우러나는 동안 기다리고 손님에게 권하는 과정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인성교육에도 아주 좋아요." 모녀가 어린이 대상 다도체험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의 차 사랑은 '제주 산 재료로 만든 차'로 이어진다. 전통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녹차도 꼭 제주산을 고집한다. 제주 자생식물인 국화와 구지뽕잎을 이용한 차는 손수 만든다.

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차음식으로 감귤 정과, 한라산 표고버섯 정과, 녹차 양갱을 만들어 차와 함께 낸다.

모녀는 우리의 차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홍보사절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 수 년 사이에 제주에서 열린 APEC 재무장관회의와 ASEM 재무장관회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제주차와 차음식으로 다도 체험을 선보였어요. 11월에 열린 50개국 주한 외국인 대사들이 참가한 제주올레 걷기 행사에서도 그랬구요. 약천사에서 실시한 외국인 대상 템플스테이에서는 '제주 녹차' 시음회도 가졌죠." 차 문화가 동양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당연하다.

이 밖에도 이 이사장은 2006년 5월 한라산 정상에서 백두산 물과 한라산 물을 합수해서 지낸 '헌다제'를 최고의 기억으로 꼽는다.

도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제주 차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일이 삶의 큰 보람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모녀. 우리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민간외교관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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