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향토문화예술계획 초심으로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향토문화예술계획 초심으로
  • 입력 : 2008. 12.23(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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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 2011년 중·장기계획
완결 3년 남기고 보완용역

150개 사업 옥석 가려내야


제주도립미술관 건립, 제주종합문화예술타운 건립, 첨단문화산업단지조성 지원, 영상산업도시 발전 지원, 한라문예회관 건립, 서귀포종합문예회관 건립, 돌박물관 건립, 제주도유배문학관 건립. 몇해전 제주도에서 냈던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계획'(2003~2011)을 다시 뒤적여봤더니 선도프로젝트로 소개된 게 이랬다.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 계획'에서 주요사업으로 추린 것만 1백 50개였다. 선도프로젝트, 핵심과제, 일반시책, 장기연구과제로 제시된 사업은 그 숫자만큼 휘황했다. 갖은 종류의 문화시설에다 전통에서 현대예술까지 아우르는 지원사업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계획이 나왔을 때 문화계에서 회자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 계획이 실행만 된다면 제주도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문화도시가 되겠다." 실상 별반 기대감이 섞이지 않는 말이었다.

중·장기계획안 작성에 들인 수고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문제는 예산이었다. 이 계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않을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필요했다. 이 계획이 공개될 당시 '장밋빛 공약'으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했던 것은 그만큼 엄청난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화계의 날선 시각 때문인지 제주도가 비용을 댄 문화분야의 여러 사업은 이 계획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지금와서 1백50개 사업을 일별해보니 그렇다. 선도프로젝트로 명시한 몇몇 사업은 지금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계획서를 채운 문구로만 남아있는 사업이 그보다 훨씬 많다.

제주도가 최근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 계획 보완용역을 의뢰했다. 제주도에서 매해 중·장기 계획 실천여부를 점검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더욱이 전체 시행 기간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골방에 있던 중·장기계획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실천 방안을 끌어낸다니 다행스럽다.

이번 용역에서는 1백50개 사업을 중심으로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세부 시행전략과 과제를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선도프로젝트가 과연 '문화도시 제주'의 전망을 그려낼 사업인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22개에 이르는 핵심과제는 문화기반시설 확충에 치우친 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장기연구과제 91개는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기약없는 사업으로 둘 것인지 따져야 한다.

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 계획을 2011년까지 완결하리라 여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가짓수가 많다. 중복사업도 있다. 이 기회에 시·군이 폐지된 제주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제주문화발전기본계획안이 그려져도 좋겠다. 2003년부터 시작된 중·장기계획은 행정조직 개편 등 지역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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