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재미없는 이름, 도립미술관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재미없는 이름, 도립미술관
  • 입력 : 2009. 03.24(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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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개관전 일정 확정
'환태평양의 눈' 주제 전시
문화도시 브랜딩 명칭 중요


"제주도지사께서 하루라도 빨리 제주도립미술관 문을 열라고 할 만큼 손꼽아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도립미술관 개관과 관련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

고경실 제주도문화관광교통국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말했다. 올해 1월 건물 공사를 마무리짓고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시 신비의도로변 도립미술관 강당에서다.

도립미술관 건립 과정을 둘러싸고 기대만큼 우려섞인 말이 많았던 터라 개관에 즈음한 여론에 민감한 분위기였다. 미술관 개관일을 6월 26일로 확정하는 등 꾸준히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이날 간담회는 공무원 관장 선임 등 그간 노출된 현안을 그대로 안고가는 현실을 보여줬다.

2007년 11~12월 5회에 걸쳐 '도립미술관 어떻게 지을까'란 이름 아래 연재물을 실은 적이 있다. 도립미술관 착공 직후였다. 빨리 짓기보다는 미술관의 성격을 충분히 논의하고 지역 박물관·미술관의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주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취재를 위해 경기, 전북, 대구 등 시도립미술관이 지어졌거나 건립중인 지역을 둘러보면서 도립미술관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개관전에 이름을 다투는 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고 제주미술의 정체성을 드러내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지속되고 발전할지는 미술관 운영에 달렸다고 본다. '환태평양의 눈'이란 이름을 단 개관전 주제처럼 도립미술관은 제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동북아의 허브'로 뛰어오를 만한 지리적 요건에 걸맞게 제주섬 안팎의 미술을 포용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의 명칭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가 건립했다는 걸 애써 알리는 '무색무취'의 도립미술관이란 이름 말고 다른 걸 기대하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서귀포시 기당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은 이미 도립미술관이 됐다. 진작에 도립미술관의 방향을 그려갔다면 이름짓기는 쉽게 풀릴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산하 박물관·미술관 명칭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연 적이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미술관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선관요박물관은 도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몇몇이 집중적 명칭 변경 대상에 오르내렸다.

제주도는 도립미술관 개관전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를 세계적 문화도시로 브랜딩하는 시발'로 삼겠다고 했다. 미술관 대중화와 '제주도'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명칭은 첫 인상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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