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7)지질공원 이대로 안된다

[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7)지질공원 이대로 안된다
지질공원 '인증' 급급… 핵심과제 준비조차 안돼
  • 입력 : 2009. 03.25(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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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지질·생태·역사문화 자원의 보전과 함께 주민소득을 위한 개발 프로그램이 가동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지질공원 워크숍. /사진=이승철기자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 시행착오 재연 우려
국내·외 전문가들 후속 보완대책 주문 잇따라
金지사 '주민 참여' 호소… 문제부터 파악해야


제주특별자치도가 2010년 인증을 목표로 추진중인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가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따라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에 이어 지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가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빅3' 트리플크라운 달성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등재, 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 산적한 후속과제

김태환 제주지사가 지난 20일 각계 전문가들과 지질공원 후보지역 주민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세계지질공원 워크숍에서 "주민의 이해와 참여"를 우선적으로 주문했지만 정작 제주자치도 등 관리당국이 풀어야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앞뒤가 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관리기구, 지질교육 프로그램, 지역주민과 사업체의 참여계획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에서도 겪었던 경험이다. 제주도는 당시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고도 준비부족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획된 시기에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등재 준비를 서둘렀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자연이 매우 뛰어난 가치에도 불구하고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감안한다면 "등재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지적해 왔다. 그런 시행착오가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관련해 제도나 정부의 지원체계조차 구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 때보다도 여러가지 환경이나 조건이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 지구촌, 지질공원 폭발적 관심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본격 추진한 것은 2007년 하반기 세계자연유산 등재 직후부터다.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5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최고 권위자가 제주를 방문해 많은 보완대책을 주문했지만 세계지질공원 신청 후보지역을 압축시킨 것 이외에 가시적인 후속대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의 환경가치에 대한 보전이 우선시되고 지속가능한 이용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제주는 등재 이후 다양한 보전시책과 유무형의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지원까지 받아내고 있다.

세계지질공원은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최근 12년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는 보존을 중시하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에 비해 지질관광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과 교육프로그램,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활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지질공원을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의 대안으로 발전된 개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이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제주)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인도, 일본, 모로코, 필리핀, 남아공, 스웨덴, 탄자니아 등 많은 나라에서 지질공원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이해 준비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 외국 전문가의 따끔한 충고

세계지질공원은 숫자놀음식의 물량 위주 관광정책, 비전과 철학이 부족한 제주의 생태문화·교육관광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만한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면서 이번에도 또다른 '라이센스'나 '훈장'을 더 추가하는데에만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질공원이 실제 추구하는 개념과 방향에 대한 설계와 실천방안은 없이 '인증'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동안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지질·생태·역사문화 자원의 보전과 함께 주민소득을 위한 개발 프로그램이 가동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해 왔다. 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지질공원의 기본적인 컨셉이다.

그 대안을 영국의 맥키버 박사가 지난해 제주방문 때 자세하게 제시했다. 그는 2008년 6월 독일에서 열린 제3차 국제지질공원회의에서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GN) 회의의 새 의장에 선출된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제안하고 있는 내용들은 곧 세계지질공원 인증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맥키버 박사는 제주의 주요 명소를 둘러본 뒤 우선 "세계적 수준의 지질유산이며 지질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돌문화공원에 대해서는 과학, 예술, 전설을 결합시키는 하이라이트이며 지질공원센터로 활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지질공원 선진지인 중국과 독일의 자원과 비교해 "제주의 자원이 이들 지역과 중복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고 있다"며 "한라산 정상과 수많은 오름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경쟁 대상이 없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를 요약하면 제주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회원자격(인증)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극찬은 혹독한 평가로 이어졌다. 보전지역에 대한 압력과 관광지 안내판의 용어·설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전무해 보전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개발원칙 등 지질공원의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 결여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문가 채용, 구체적인 지질관광 활동 프로그램과 지질가이드의 부족도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로 꼬집었다.

맥키버 박사의 지적 사항들은 지질공원 신청서의 주요 내용이며 인증기준과 평가의 핵심내용이라는 점에서 특히 제주의 실상은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지질공원 평가기준]"지질공원 인증기준 미달"

경관·학술적 가치 높지만 핵심 평가항목 낙제 수준


우경식 강원대 교수(사진)는 세계지질공원 워크숍에서 "세계지질공원 전문가들과 신청서에 기재할 평가 내용을 종합해볼 때 신청 전에 이미 지질공원으로서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어야 한다"며 미흡한 점들을 열거했다.

세계지질공원 신청·평가 기준에 따르면 전체를 100% 비중으로 볼 때 ▷지질과 경관 35% ▷관리구조 25% ▷설명과 환경교육 15% ▷지질관광 15% ▷환경친화적인 지역경제 개발 10%로 평가 배점을 두고 있다. 지질·경관적 가치보다도 오히려 관리기구와 지질교육 프로그램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우 교수는 이런 신청서 내용과 기준을 토대로 자체 평가한 결과 지질과 경관 등 학술·경관적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됐지만 나머지 항목은 지질공원 인증 기준에 훨씬 미달되는 낙제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최대점수가 3000점이 부여되는 지질과 경관에 대해서는 2025점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반면 관리구조는 최대점수 940점에서 150점 미만, 정보·환경교육은 최대점수 1000점에서 300점 미만, 지질관광은 최대점수 1400점에서 100점 미만으로 혹평했다. 이게 현실이라면 지질공원 신청서를 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시된다. 그는 이같은 평가의 근거로 "관리기구의 설립과 전문가 채용, 지질교육 관광 프로그램의 실행, 지역 주민과 사업체의 참여 계획 등이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제도의 도입과 정부 지원체계, 국내 지질공원망 구축도 과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수재 박사는 "외국 사례를 볼 때 국내 지질공원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지질유산 및 지질공원 관련 법·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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