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12)성산일출봉

[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12)성산일출봉
전세계 수성화산 분출·퇴적 이해하는데 중요 자료
  • 입력 : 2009. 07.08(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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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세게지질공원으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성산일출봉은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세계지질공원으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은 예로부터 제주의 상징인 '영주십경'의 하나로, 그 경관이 으뜸가는 명승지다. 천연기념물 제420호로 지정(2000년)돼 보호받고 있다.

제주 동쪽 해안에 거대한 고성처럼, 때로는 왕관처럼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뜨는 해를 배경으로 장관을 빚어내 '해뜨는 오름'으로도 유명세를 탄다. 매년 1월 1일 새벽 이곳에서는 일출제가 열린다.

성산일출봉은 경관적 가치 만큼이나 화산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분화구 정상은 182m, 사발 모양의 분화구는 둘레가 570m에 달한다. 일출봉은 수성화산활동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된다. 수성화산활동은 마그마나 용암이 바다, 호수, 하천, 지하수, 빙하 등의 물과 접촉해 발생하는 폭발적인 화산분출을 일컫는다. 물에 젖은 화산재와 수증기가 분출해 섯치(Surtsey)라는 화산섬(응회구)이 만들어진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360여개의 오름 가운데 용머리, 수월봉, 송악산 등 10여개가 이같은 수성화산에 의해 형성됐다.

수성화산은 분화구의 직경과 높이, 사면의 경사에 따라 응회한, 또는 응회구로 구분한다. 응회환은 분화구가 대체로 크고 깊으며, 분화구 주변의 화산재층이 작은 경사(15도 이내)와 높이(100m 이내)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응회구는 화산재층이 큰 경사(30도 내외)와 높이(100m 이상)를 갖는다. 성산일출봉은 전형적인 응회구의 지형을 보인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성산일출봉과 유사한 수성화산들이 무수히 많지만 일출봉은 응회구의 지형을 잘 간직함과 동시에 해안절벽을 따라 다양한 내부 구조를 훌륭히 보여주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수성화산의 분출과 퇴적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세계지질공원 기초학술조사보고서는 '성산일출봉은 북서쪽 부분을 제외하고는 측면이 모두 파도에 의해 침식돼 가파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침식의 결과, 성산일출봉은 분화구 내부 지층부터 가장자리 지층까지 화산체의 완벽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런 학술적 가치와 뛰어난 경관 때문에 성산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으며 세계지질공원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일출봉의 역사문화·생태계]일제 진지동굴 해안선 답사코스 제안

"역사·지질관 설치 자원화 해야"…200여종 식물 분포 '종다양성'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 고고학, 역사, 문화적 가치도 고려한다. 이런 점에서 성산일출봉은 화산지질학 가치 이외에도 일제가 구축한 '동굴진지', 그리고 분화구 내부와 외륜에는 식물 종 다양성을 보여준다.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은 최근 서귀포시권의 일제 동굴진지 등록문화재에 대한 종합학술조사를 진행한 뒤 펴낸 보고서에서 "일제는 성산일출봉에 길이 6.5m∼125.6m에 이르는 18개의 동굴진지를 구축, 해상특공기지로 활용했었다"며 "이 곳의 동굴진지는 도내에 분포하는 5개의 해상특공기지 가운데 가장 다양한 군사시설이 남아 있고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동굴진지가 위치한 일출봉의 해안선을 따라 답사코스를 개발해 생태·지질·경관자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아픈 역사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진흥원은 이들 동굴진지 가운데 활용 가능성이 높은 동굴진지로는 일출봉의 남남동 사면 해안의 표고 6-7m에 구축한 동굴진지를 들었다. 입구가 3개인 이 동굴진지는 길이 125.6m에 내부 동공의 크기는 3~4m이며, 전체적인 구조가 왕(王)자 형에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진흥원은 또 '세계유산 일출봉 역사·지질관'을 설치해 태평양전쟁과 일제의 침략상, 해녀 등 지역의 문화자원, 지질 관련 사진과 자료 등을 전시한다면 다양한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관광객들이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출봉 일대에는 2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을 정도로 식물 종 다양성을 보여준다. 환경부 법정보호식물인 풍란을 비롯해 야고, 초종용, 고란초 등의 희귀식물이 분포한다. 특산식물로 개나리가 자생하며 돌토끼고사리 등 8종의 제주도 한정분포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뉴질랜드 공동연구] 제주 화산섬 국제학계 '주목'

뉴질랜드 언론도 공동연구 집중보도


세계자연유산 제주와 뉴질랜드 오클랜드 화산지대에 대한 국제 학술교류는 화산섬 제주의 가치가 이미 국제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오는 2010년까지 진행되는 이 연구에는 한국측에서 경상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를 비롯해 뉴질랜드에서는 메시대학교와 오클랜드대학교 GNS사이언스 등 6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와 관련 뉴질랜드 유력 언론이 집중보도하는 등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이 연구의 한국측 연구책임자인 경상대 손영관 교수다. 손 교수는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학술적 비교연구자료를 제공해 온 핵심 주역중 한 명이며 수성화산활동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이 공동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전용문 박사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최근까지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곳으로 화산활동에 의한 위험성이 항상 있어 왔으며, 많은 지질 및 화산학자들이 화산의 분출시기와 분출 위험에 대한 조사들을 수행했지만 화산활동의 예측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산분출의 예측과 대비를 위해 뉴질랜드와 유사한 지질학적 특징을 지닌 제주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제주는 이미 국제적인 수성화산활동의 대표적인 연구들이 진행된 곳으로, 많은 세계화산학자들로부터 수성화산활동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은 곳이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은 뉴질랜드 메시대학, 오클랜드 대학, 뉴질랜드 정부, 그리고 한국의 경상대학교와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등에서 공동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이 공동연구는 지난 6월 한달간에 걸쳐 성산일출봉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번 1차 조사를 통해 일출봉을 구성하는 암석들의 특징을 정밀한 방법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오는 2010년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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