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축제, 핵심 콘텐츠를 키우자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축제, 핵심 콘텐츠를 키우자
  • 입력 : 2009. 05.05(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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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사례 함평나비축제
친환경 더해져 경제 효과

푹 빠져본 제주축제 있나


아파트 외벽에 나비가 날고 있었다. 가로등에도 나비가 앉았다. 민박집의 이불까지 나비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곳, 전남 함평군이다.

다른 곳은 '공룡 나라'였다. 그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 이름이 그랬다. 거리 곳곳에서 공룡을 만났다. 경남 고성군은 방문객을 어느새 아득한 시절로 이끌었다.

지난주 국내 몇몇 축제를 돌아봤다. 이천도자기축제, 아산성웅이순신축제, 함평나비대축제,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등 4곳이다. 짧게는 6일, 길게는 두달여간 진행되는 이들 행사중엔 여느 지역축제의 문제점이 엿보이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판박이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려 무던히 애쓰는 현장도 만났다.

전국의 지역축제는 1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새 1000여개의 축제가 개발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한국축제가 너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축제 뒤에는 종종 '구조조정'이란 말이 뒤따른다.

과연 그런가.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장은 짧은 시간동안 축제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정말 많은가'라는 점은 의문이라고 했다. 일본 홋카이도만 해도 연간 축제수가 삿포로 눈축제를 비롯해 1200개에 이른다. 미국 텍사스주에는 축제와 이벤트가 연간 1000개 이상 치러진다.

관이 주도하면 나쁘고, 민간이 주최하면 좋다는 생각도 재고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터전을 지키는 이들의 거개가 노인인 지역에서 민간 주도로 축제를 이끌긴 어렵다. 그런 곳에선 공무원이 소매를 걷어붙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축제가 갖춰야 할 요건은 있다. 지역 주민이 구경꾼에 머물거나 핵심 콘텐츠가 없는 축제는 구조조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연 도태된다. 흥이 나지 않는 축제에 누가 발길을 돌리겠는가.

지역축제의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올해로 11회째다. 당초 제주처럼 유채꽃축제를 염두에 뒀지만 똑같은 테마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여긴 군수가 공무원들을 설득해 나비를 불러냈다.

이 축제는 그동안 '진화'를 거듭했다. 나비에서 모티브를 끌어낸 친환경·자연주의는 인구 3만7000명의 함평군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을 안전한 먹을거리로 홍보하는 전략과 닿고 있다. 상설 축제장은 테마 문화관광단지로 변모중이다. 축제 하나가 지역을 살리고 있다.

제주에도 한해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48회째를 맞는 탐라문화제처럼 오래된 축제도 있고, 유망 문화관광축제로 이름을 올린 정월대보름들불축제도 있다. 하지만 그 숱한 축제중에 관람객들이 푹 빠지는 체험을 하는 게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올해 함평에선 그 흔한 '몽골천막'을 없앴다. 대신 네모난 천막 지붕에 짚을 깔아 정겨움을 더했다. 그런 작은 변화에 축제에 들인 정성이 느껴진다. 바로 거기에 성공 축제의 비결이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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