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0)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0)도민속자연사박물관
섬의 숨결 그리는 박물관의 '맏언니'
  • 입력 : 2009. 05.14(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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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속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올렛길을 걷듯 야외 전시장에 재현된 몰방에(연자매)초가를 지나고 있다.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은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거쳐온 길은 제주지역 박물관의 역사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5월 24일 개관 25주년…지역 박물관 문화의 가늠자

100만 관객 제주 민속·동식물·지질·해양 등 한눈에



"느그덜 저거 해봤나?" 유리벽에 코를 바짝 댄 어느 중년 여성이 그렇게 말했다. '베클'('베틀'의 제주어)로 옷감을 짜는 장면을 재현해놓은 전시물 앞에서다. 나이지긋한 관람객들은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 어느 한 시절로 거슬러올라간 듯 아이들처럼 신이난 표정이었다.

그곳엔 '팔도 사투리'가 넘쳐난다. 일본과 대만·중국 관광객의 모습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제주시 삼성로에 있는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다. 지난해 99만9천명 가량이 이곳을 찾았다. '연 관람객 100만명'은 박물관 문턱을 밟은 국내외 관람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준다.

1978년 12월 착공해 1984년 5월 24일 문을 연 박물관은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이 박물관이 지나온 길은 곧 제주지역 박물관의 역사나 다름없다. 5월 현재 박물관의 소장 자료는 민속, 동식물, 암석, 해양생물 등 3만6천점이 넘는다. 지금까지 100여차례 특별전을 열었다. 자연사전시실, 1~2 민속전시실, 특별전시실, 야외전시장을 갖췄고 근래에 제주세계자연유산홍보관, 해양종합전시관이 생겨났다.

전시만이 아니라 조사연구, 사회교육, 학술 교류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제주의 농기구, 제주도 해안을 가다, 제주도 곤충도감, 유인도 학술조사 보고서 등 30여권을 내놓았고 환경생태교실, 신나는 과학교실, 전통문화강좌, 해양생물체험 등 사회교육이 마련됐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섬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제공한다. 화산섬이라는 유다른 환경에서 빚어진 제주의 민속과 자연을 축약해놓았다. 1000원 내외의 입장료만 내면 '이국적인 땅'제주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제주사람들도 모르는 제주가 그곳에 있다. 거기다 도심에 들어선 박물관이면서도 한라산의 자태가 한눈에 걸리고 초록숲까지 품었다.

이같은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높다. 제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지역에 흩어진 숱한 박물관들의 '큰언니'노릇을 해줬으면 하는 게다. 더러 수십년전 그대로인 낡은 전시 기법, 특별할 것 없는 특별전 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제주문화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4년 펴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개관 20년사'에는 1988년 2월 박물관이 도문화진흥원에 통합되었던 일을 두고 '시련'이라고 기록했다. 도문화진흥원에서 이름을 바꾼 도문화진흥본부 박물관운영부로 박물관이 묶이고 전문인력이 크게 줄어든 지금의 현실은 무어라 불러야 할까. 낼모레 25주년이 되는 박물관에겐 또다른 25년을 그릴 청사진이 필요해보인다.

강인택 관장은 "도민과 관광객이 감동하는 박물관으로 제주관광을 선도하는 경쟁력있는 문화기반시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밤 8시까지(5~8월). museum.jeju.go.kr. 710-7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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