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사려니 숲길걷기

[테마기행]사려니 숲길걷기
"연둣빛 숲길에 가득 번지는 교향곡 들리나요?"
  • 입력 : 2009. 05.16(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려니 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송이길.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비자림로~ 한남리 사려니오름 15㎞구간
풍부한 역사·인문·생태자원 만나는 곳

연둣빛으로 물오른 숲길엔 생명력 가득


'계절의 여왕' 5월에 마주하는 숲은 연둣빛으로 한껏 물이 올랐다. 두 눈이 부실 정도다.

마른가지를 뚫고 살포시 얼굴을 내민 보드라운 연둣빛 이파리가 한여름 무성한 진초록의 그것보다 더욱 매력적인 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까? 청정한 공기와 누구에게나 길동무가 돼주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숲에서 만끽할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행사를 알리는 기사가 보도된 후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숲길 생태체험인 '사려니 숲길걷기'가 내일(17일) 개막한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약 15㎞ 이어지는 숲길이다. 해발고도 500~600m에 위치한 완만한 숲길은 숲가꾸기와 산불발생시 초동진화 등 공익적 측면과 더불어 증가하는 산림욕구를 반영해 표고재배장을 연결하던 임도를 재정비해 만든 길이다.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우량 삼나무림과 4·3주둔지, 화전민터, 임산자원인 표고재배장 등 다양한 역사·인문·생태자원이 도란도란 얘기를 풀어놓는다.

사려니오름은 해발 523m로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이룬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란 뜻이다.

▲비자림로에는 '사려니 숲길걷기'를 알리는 배너가 걸려 있다.

숲길 주변엔 물찻오름, 괴평이오름, 마은이오름, 거린오름, 천미천계곡, 서중천계곡 등이 분포하고 있다.

자연림인 졸참나무와 표고버섯 재배시 자목으로 많이 쓰이는 서어나무가 우점하고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또 인공적으로 조림된 우량 편백나무와 삼나무숲도 만날 수 있다. 삼나무는 생장속도가 빨라 도내 여러곳에 조림이 이뤄졌다. 사려니오름 일대에 위치한 난대산림연구소의 한남시험림에는 1930년대에 조성된 인공림으로 제주 최고령을 자랑하는 삼나무가 있다.

숲길 일대는 제주의 산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목장에서 기르는 말들을 조사하는 산마(山馬)를 목양하는 목장인 산장구마에 대한 기록과 야생짐승을 수렵하는 교래대렵에 관한 기록이 조선시대 '탐라순력도'에 전해진다.

석유와 연탄보급이 일반화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이 취사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했던 숯을 구워왔던 숯가마터 흔적과 마은이오름 일대에는 숲을 태워 농사를 짓던 화전민 마을터 흔적도 남아 있다. 또 4·3사건 당시 도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생활했던 주둔지도 남아 있다.

임산자원인 표고재배장의 흔적도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7개의 표고재배장에서 상당한 표고를 생산해 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가 사라졌다. 한라산은 표고재배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추면서 1905년 인공재배가 시작됐다.

이렇듯 숲길은 커다란 자연체험장이나 다름없다. 뿐만이 아니다.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몸에 여러가지 이로움을 가져다준다.

대자연이 기다리는 사려니 숲길로 도민과 관광객들을 반갑게 초대한다.



사려니 숲의 속살을 밟다

숲길서 만나는 주요 포인트 10선


산림세라피·자연학습 등 프로그램도 풍성
전문 해설사·산악인 탐방객 도움이로 활약


아득한 옛날 제주 들녘을 호령하던 테우리들과 사농바치(사냥꾼)들이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을 화전민들과 숯을 굽는 사람, 그리고 표고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걸었습니다. 한라산 맑은 물도 걸었고 노루 오소리도 걸었고 휘파람새도 걸었습니다. 그 길을 아이들도 걸어가고 어른들도 걸어갑니다. 졸참나무도 서어나무도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는 그 길을 사려니 숲길이라 부르며 걸어갑니다'(사려니 숲길걷기 홍보 리플릿 중에서)

오는 17일 개막하는 사려니 숲길 걷기에서는 다양한 생태계와 산림문화, 경관,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다. 대회본부측은 사려니 숲길의 주요 포인트 10선을 선정해 맞춤형 탐방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태극기공·암반욕·숲명상을 체험하는 산림세라피와 숲속의 체조, 자연학습 등 유치원에서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주요 포인트에는 제주생태교육연구소와 난대산림연구소의 전문 해설사들이 탐방객을 맞이하며 탐방 안전을 위해 제주산악연맹 회원들이 구석구석 배치된다. 대회본부측은 국내·외 탐방객들에게 숲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홍로 리플릿과 국·영·일어 등 3개 언어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가이드북은 한정 제공한다.

▶들머리=사려니 숲길로 들어서는 들머리는 5·16도로에서 조천읍 교래리로 향하는 비자림로 1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주변은 삼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곳은 숲길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개막식과 식전행사가 열린다. 들머리에서는 목재 전시와 임산물직판장, 표고버섯 재배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간이 표고재배장도 마련된다. 제주의 산림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목공체험이 이루어지며 사려니 숲길을 찾는 참가자들을 위해 '숲의 향기를 드린다'는 취지로 피톤치드 목걸이를 제공한다.

▶참꽃나무 숲과 새왓내=숲길에서는 제주인의 꽃인 참꽃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들머리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의 천미천 계곡 지류는 '새왓내'라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예약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해 '새왓내의 아이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숲 드림·치유와 명상=비자림로에서 약 4.5km 떨어진 물찻오름 입구에서는 사전 예약된 중·고등학생을 위해 '숲 드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비자림로코스와 붉은오름코스, 사려니오름코스가 만나는 지점은 '사려니 숲길'의 중앙 지점은 치유와 명상의 숲이다. 일명 치유와 명상의 숲인 '월든'이다. '월든:숲 속의 생활'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27세의 청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여간 미국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이라는 작은 호숫가 숲 속에서 자급자족 하는 삶을 영위하면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쓴 수필집으로, 최초의 녹색서적으로 불린다.

▶암반욕과 숯가마터='월든'을 지나면 서어나무숲과 서중천 암반욕 체험장소를 만날 수 있다. 숲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숯가마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난대산림연구소 시험림내에 있다.

▶최고령 인공 삼나무숲=제주시험림내에는 국내 최고령 조림 삼나무숲이 기다린다. 1930년대에 조림된 인공림으로 편백숲과도 어우러져 있다. 삼나무숲을 한바퀴 돌 수 있는 목재 데크가 놓여져 있어 생태탐방과 산림욕,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삼나무 숲을 지나 숲길걷기의 종착지점에 바로 사려니오름이 기다린다.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해 있으며 정상까지 데크가 깔려져 있고 오름 아래쪽에는 세심정이 있다. 사려니 숲길걷기는 사려니오름까지 15km 이어진다. 도착지점에서는 휴일 제주가 낳은 세계적 산악인인 오희준 사진전이 열린다.



[이 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흡연·취사·코스 이탈은 금물
천남성·박새 등 독성식물 주의
생태계 훼손·쓰레기 투기 안돼


▲독성이 강한 천남성.

사려니 숲길 행사본부측은 숲길탐방시 유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숲은 우리의 생명이다.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도 소중히 여겨 숲 속에 함부로 들어가선 안된다. 사려니 숲길 완주코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FSC 국제인증산림인 난대산림연구소 제주시험림(한남)이 있어 탐방객들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숲 내에는 다양한 생태계들이 존재하는데, 천남성과 박새 등 일부 식물은 독성이 있어 만지거나 섭취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천남성은 숲길 주변 숲에서 흔하게 관찰되는데, 독성이 강해 식용으로는 절대 이용해서는 안되며 자녀를 동반한 학부모들의 사전 숙지가 요구된다. 따라서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는 행동은 금물이다.

숲길에서는 산불 예방을 위해 흡연이나 취사행위는 물론 일체의 화기취급 행위가 금지된다. 숲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 줄 것을 행사본부측은 당부하고 있다.

행사본부측은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트레킹에 참여하지 말 것과 부상, 탈진현상 등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인근 안전요원이나 행사 관계자에게 신속히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것도 당부하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57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