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한라산 철쭉
초여름 한라산은 막바지 연분홍 철쭉의 향연장
  • 입력 : 2009. 06.06(토) 00:00
  • 고대로 기자 drk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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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 아쉬워하며 고운 자태 과시

영실 오백장군 바위틈 붉게 물들어



싱그러운 초여름 문턱에 들어선 한라산에는 철쭉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분홍 빛깔의 화사함을 한껏 과시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은 등반객들의 말을 잃게 만들고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윗세오름 노루샘 일대를 붉게 물들인 화려한 철쭉을 만날 수 없으나 백록담 동쪽 능선과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선작지왓 철쭉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한라산 철쭉은 키가 작고 꽃잎 색깔도 유달리 짙은 것이 특징이다

선작지왓 철쭉은 고도가 높고 기압이 낮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키가 그리 크지도 않은 데다 길쭉한 꽃잎의 형태도 독특하고 한라산 화구벽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붉은색 꽃잎이 대조적인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라산의 철쭉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는 설문대 할망의 아들(오백장군)들이 피눈물을 흘리다 바위가 된 영실쪽이다. 설문대 할망이 빠져 죽은 죽을 먹은 오백장군(자식들)이 바위가 되며 흘린 피눈물이 땅속 깊이 스며들었다가 봄이 되면 철쭉꽃으로 피어나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한다. 그래서 한라산 철쭉은 육지 다른지방 산들의 철쭉과는 달리 진분홍 피빛을 띤다. 한라산 바위틈을 빼꼭히 메우는 철쭉은 오백장군의 눈물인 것이다.

올해는 이상기온현상으로 철쭉이 예년의 절반정도 밖에 안된다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연분홍 꽃잎을 따라 백록담 정상에 오르면 가슴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하산을 하면서 빽빽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숲속 향기인 피톤치드는 뇌를 자극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낮춘다.

▷어디로 오를까= 현재 등산 가능한 코스는 4개. 이중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는 정상등반이 가능하며, 어리목과 영실코스는 해발 1700m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다.

성판악코스는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해 정상등반을 하는 코스로 즐겨 이용된다. 등산로는 활엽수가 우거져 삼림욕도 겸할 수 있다. 해발 1800m 고지에는 구상나무 군락지대다. 7.3㎞로 4시간30분 거리다.

8.7㎞의 관음사코스는 계곡이 깊고 산세가 웅장해 한라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성판악코스 이용자들이 하산코스로 많이 이용한다.

어리목코스는 한라산 서북쪽 코스로 4.7㎞, 약 2시간 거리다. 졸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계곡을 지나 나무계단으로 된 숲 지대를 1시간쯤 걸으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사제비동산이 나온다. 이 곳에서 한라산 정기를 담은 약수를 한모금 마시고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돌길로 들어선다. 노루를 벗삼아 걷다 보면 어느새 백록담 화구벽을 눈앞에 만나게 된다.

영실코스는 한라산 서남쪽 코스로 가장 짧은 등산로다. 기암괴석의 빼어난 경관은 3.7㎞의 등반로를 단숨에 올라가게 만든다. 윗세오름까지 1시간30분쯤 걸린다. 1100도로에서 영실진입로 2.5㎞ 지점에 매표소가 있고, 이곳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도보로 45분쯤 소요된다. 오를 때는 어리목코스, 하산은 영실코스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윗세오름까지 1시간 30분, 어리목 하산시간 2시간, 어리목에서 오르면 윗세오름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보통 4시간이 소요되나 5시간이면 여유롭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조금 서둘러 새벽산행을 한다면 철쭉이 아침의 태양에 붉게 물들어가며 기지개를 켜는 장관에 불끈 솟아오르는 삶의 의지를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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