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9)중문·고성·표선오일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9)중문·고성·표선오일시장
인구 줄어들고 대형마트에 밀려 시장 명맥만 유지
  • 입력 : 2009. 06.10(수) 00:00
  • 이정민 기자 jm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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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지역 6개 오일장 가운데 서귀포시향토오일시장과 대정오일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근이 명맥만이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점포들이 일주도로까지 늘어섰던 중문오일시장은 이제 상설점포수가 60여개에 불과한 초미니시장으로 전락해 주민과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주민 외면 하향곡선… 오후 2시면 파장 분위기
주차장 확장·화장실 정비·문화공연 등 안간힘

서귀포시 지역에는 6개의 오일시장이 열린다. 우선 서귀포시 향토오일시장과 고성오일시장이 매달 4일과 9일에, 대정오일시장과 성산오일시장이 매달 1일과 6일, 중문오일시장이 3일과 8일, 표선오일시장이 2일과 7일에 각각 문을 연다.

그러나 서귀포시향토오일시장과 대정오일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근이 명맥만을 이어가고 있는 수준이다. 서귀포시 지역내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다 시장 주변에 각종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오일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마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면서 시장을 따라다니는 상인들도 함께 감소해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도로 정비가 잘되고 지역 주민들의 이동수단도 대중교통에서 자가용 차량으로 바뀌면서 개인 용무차 제주시내와 서귀포시내에 왔다가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중문오일시장

중문오일시장의 경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상당히 규모가 있는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에는 장이 열리는 날이면 중문 마을 중심을 통과하는 일주도로까지 점포가 늘어서 차량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설 점포수가 60여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졌고 이용객도 하루 1000명도 채 안된다. 중문동 중심지에서 동남쪽이며 중문관광단지에서 동쪽으로 약 1km정도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이 가끔 찾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용하는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1999년부터 오일시장 부지정비, 주차장, 화장실 정비에 이어 2002년 부지매입, 2004년 장옥신축, 2006년에 부지확충 및 장옥시설을 했고 2007년 주차장 확충 등 행정에서도 연차적으로 지원을 해오고 있다. 주차시설도 30여대 정도를 확보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어서 주차장 확장공사도 추진 중이다.

문화공간이나 고객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내년쯤 야외공연무대와 시장입구에 아치형 간판이 설치될 예정이다. 행정에서 이같은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중문관광단지와 주상절리를 찾는 관광객들과 인근지역 호텔·펜션 등에 숙박하는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 고성오일시장

고성오일시장은 1984년에 등록된 정기시장으로 성산읍 고성리 일주도로와 외곽도로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일주도로변과 가까운 곳에 입지해 있어 마을 주민들이 자주 찾는 향토색 짙은 오일시장으로 알려졌지만 이 곳도 갈수록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다.

마을에 지역밀착형 중·소형 마트들이 들어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오일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장이 열리면 수십개의 점포가 문을 열지만 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후 3시쯤이면 한산해진다.

시장 상인은 지역 거주상인이 일부이고 제주시민속오일시장과 세화민속오일시장, 표선오일시장 상인들이 많아 상인회 조직에 어려움이 있다. 시장 관리는 주로 고성리부녀회에서 맡고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청소와 질서정리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근에 위치한 성산오일시장과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고 상인회를 조직해 교육을 통한 의식개혁과 경영마인드 향상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표선오일시장

표선오일시장은 1985년에 등록됐고 표선리에 위치해 있다. 부지면적은 9100여㎡이며 주요 취급상품은 야채와 청과, 곡물, 수산물, 의류 및 신발류 등이다. 하루 이용객은 수백명선에 불과하고 적을 때는 300명이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장이 서도 주로 오전에만 거래가 이뤄지고 오후 2시쯤이 지나기 시작하면 서서히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난다.

시장 상인은 주로 서귀포시와 제주시에 거주하는 이들과 인근 지역민들이지만 이용객이 갈수록 줄어들어 장이 들어서는 날 여는 점포수도 이제는 3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풍물패나 성읍취타대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진행해 사람들을 유인하고 인근에 위치한 해비치 리조트와 골프텔, 샤인빌리조트, 표선해수욕장 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도내 오일장 순회 감귤류 판매하는 장순열씨 "해가 갈수록 장사하기 힘들어요"

"해가 갈수록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고, 점포를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해서 장사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어." 서귀포시 중문오일시장에서 만난 장순열(62·여)씨는 요즘 어려운 경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제주시오일장을 비롯해 지역별로 열리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한라봉 등 감귤류를 팔고 있는 장씨는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그래도 예전에는 그런대로 장사가 되면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약 28년 전 채소장사로 시작해 지금은 감귤류를 팔고 있다. 장씨는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장씨는 그러나 오일장에서의 장사를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가만히 집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 장씨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시장에는 장씨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특히 단골손님이 찾아오면 되도록 싼 값에 팔려고 하고 하나라도 더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가끔은 이윤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도 나만의 고객관리 방식"이라며 "1년에 한두번은 다른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와 물건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장사꾼의 거짓말 중 1위가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있지만 시골 시장에서는 이익을 조금만 보더라도 인심에 사고 인심에 파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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