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132)

['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132)
2차보고서 무엇을 담았나 ③일출봉 해안 동굴진지
해녀작업공간으로 이용되는 등 갈수록 훼손 심각
  • 입력 : 2009. 08.06(목)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일본군 특공기지로 구축된 일출봉 해안 동굴진지 내부가 무속공간으로 조성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근대문화유산 등록 불구 당국 무관심속 방치
세계자연유산 감안 정비 활용대책 마련해야


태평양전쟁 당시 제주 주둔 일본군은 최후의 결전을 위해 육상에서의 진지 구축뿐만 아니라 해상에서의 특공작전도 대비한다. 해상 특공작전을 위해 제주도 해안가의 절경에는 자살 특공병기를 숨겨놓기 위한 기지가 비밀리에 건설됐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제주 동남부에 위치한 성산 일출봉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중요한 화산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일출봉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자살 특공기지였다는 역사적 아픔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왔다.

일제 침략상을 보여주는 역사현장이라는 중요성으로 인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됐으면서도 보존 관리는 뒷전인 상태다.

당국의 무관심속에 동굴진지는 무속행위 공간으로, 혹은 해녀작업공간으로 이용되는 등 인위적인 훼손아래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출봉 해안에 남겨진 콘크리트 벙커 내부가 해녀작업실로 이용되고 있다.



# 벙커·갱도 등 18곳 분포

일출봉 동굴진지는 콘크리트 벙커 2곳과 동굴식 갱도 16곳 등 모두 18곳에 총 길이는 514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에 남겨진 일본군 해상특공기지 5곳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조간대상에는 특공정을 발진시키기 위한 유도로 흔적 3곳이 파도에 의해 일부 유실된 채 남아있다.

동굴진지 앞에는 직사화기 등을 피하기 위해 만든 방호벽도 볼 수 있다. 특공기지와 관련 다양한 시설이 남아있는 것이다.

특히 18곳에 이르는 일출봉 동굴진지 가운데 '동굴진지 3'은 입구가 3곳으로 길이가 125m에 이른다. 이는 서우봉 동굴진지와 구조나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나머지는 직선형으로 굴착됐으며, 특공정을 숨겨놓기 위한 격납고용으로 구축됐다.

▲일출봉 해안에 남아있는 일본 해군 진양특공정 유도로시설.



# 민간인 동원 진양특공기지로 구축

일출봉 동굴진지 구축시기는 언제일까. 용도는 무엇일까. 1945년 2월에 들어서면 일본 해군은 특공소형선의 비밀기지 건설을 시작한다. 제주도내 기지는 일출봉을 비롯 서우봉 수월봉 송악산 삼매봉 해안 등 5곳이다.

당시 제주도에 배치된 일본 해군 특공부대는 진해경비부 소속 제45·119·120신요(震洋)부대로 이중 제45신요가 실제 일출봉 해안에 진출했다. 제45신요는 무라야마(村山)부대로 불렸으며, 1945년 4월8일 성산포 해안에 주둔했다.

일출봉 동굴진지는 일본 해군의 특공기지, 그 중에서도 신요기지로 구축된 것이다. 신요, 즉 진양정은 나무판자로 만든 작은 모터보트로 자동차엔진을 장착한 채 앞부분에 250kg의 폭탄을 싣고 적 함정에 돌진하는 자살특공병기다.

일출봉 동굴진지는 제주도민들 보다는 대부분 다른 지방 광산노동자들에 의해 구축됐다. 특히 전남 지방 광산노동자들이 많이 동원됐다.

증언에 의하면 1945년 1월20일쯤 광양광산 노동자들이 3차례에 걸쳐 8백 명 정도가 일출봉으로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다. 동굴진지는 착암기로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집어넣어 폭파시키고 곡괭이로 다듬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일출봉 동굴진지는 6개월 만에 끝마쳤다고 한다. 다른 지방 광산노동자들이 많이 동원된 이유는 동굴진지를 구축하는 과정에 필요한 전문 발파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때문이다.



# 관리의 사각지대서 점차 훼손

이처럼 많은 주민들이 강제동원돼서 구축된 일출봉 동굴진지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점차 훼손되고 있다. 특히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서보다 인위적으로 훼손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다.

입구가 3곳인 동굴진지는 최근 무속인들에 의해 내부에 제의공간이 차려지는 등 인위적으로 변형 왜곡되고 있다. 동굴진지 3~4곳 역시 무속공간으로 이용되면서 관련 시설물들이 내부에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벙커는 해녀들의 작업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동굴진지 또한 각종 쓰레기 등으로 미관을 흐리게 하고 있다.

때문에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훼손을 막고,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상징성을 감안한 정비 활용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별취재팀=이윤형 표성준 이승철기자



'세계유산 일출봉 역사·지질관' 검토해야

일출봉 동굴진지는 특공기지 관련 시설이 다양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역사현장으로써 중요성과 상징성이 크다. 제주도내 다른 동굴진지에 비해 구조적으로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의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지만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태평양전쟁 관련 역사현장이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일출봉과 연계한 정비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4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지역 주민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면서도 일출봉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관광지에 불과하다"며 "동굴진지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가칭 '세계유산 일출봉 역사·지질관'과 같은 전시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굴진지가 위치한 해안선은 화산의 탄생과 형성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층리가 매우 발달해 있어 지질경관 답사를 위한 최적의 코스로 꼽힌다. 이와 연관지어 해안선을 따라 답사코스를 개발 아픈 역사를 체험하고 지질경관자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윤형기자

※한라일보(www.halla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 문의 특별취재팀 064-750-2231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이         름 이   메   일
777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