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온리 제주'에서 빠진 '무엇'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온리 제주'에서 빠진 '무엇'
  • 입력 : 2009. 09.01(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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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오직 제주’
폐쇄성이 짙은 섬 인상
유일한 게 뭔지 선택을


근래 제주에서 눈에 띄는 영문이 있다. 온리 제주(Only Jeju)다. 음식점의 일회용 식탁 깔개에 그 글자가 박혀있고, 택시는 '온리 제주'를 문에 새기고 달린다. 축제를 알리는 홍보물에도 빠지지 않는다. 낡고 오래된 자전거보관대 안내판을 정비하는 데도 '온리 제주'가 등장한다. 그저 '제주'가 아니라 '온리 제주'다.

'온리 제주'는 지난 4월 제주도가 새롭게 개발했다며 공개한 도시 브랜드다. 당시 제주도는 '오직 제주'를 뜻하는 '온리 제주'를 브랜드로 정한 것과 관련해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행정을 구현하고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미래를 상징한다는 해석을 달았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임을 상징하는 의미도 덧붙였다. 생태도시, 관광 휴양도시,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도시, 세계 지식자유 중심도시 등 특별함이 함축되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제주가 화산섬에서 빚어진 남다른 자연·역사·문화적 환경을 갖춘 이국풍의 관광지라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제주특별자치도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온리 제주'란 단어로 집약된 것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도시브랜드를 정하는 과정에서 도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장치를 얼마나 마련했던가를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온리 제주'에 담긴 패쇄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제주는 섬이면서 밖으로 열린 공간으로 오래전부터 바닷길을 개척하며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교류했다. 갖가지 산업을 '동북아의 허브'란 이름에 꿰맞추는 것 역시 지정학적 위치에 담긴 개방과 포용을 말해주는 것이다. '온리 제주'는 다문화·다인종의 시대, 더욱이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이미지와 어긋나는 브랜드일 수 있다.

만일 '온리 제주'란 주제처럼 제주도의 비전을 그려간다면 앞서 언급한 생태도시, 평화도시, 세계 지식자유 중심도시 등 각기 다른 지향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오직 제주'가 되겠다면 무엇으로 그것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목표점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령 생태도시, 평화도시의 특별함을 브랜드에 품고 있다면 지방정부의 정책도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중산간을 따라가다보면 한번쯤 눈에 부딪히는 굴삭기는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아스팔트 길은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다. 이 경우 '온리 제주'는 정직한 브랜드가 될 수 없다.

제주도의 도시 브랜드는 한편으로 '1등 제주'가 되겠다는 다른 표현일 게다. 지금 제주도가 방점을 찍을 것은 '온리'가 아니라 '무엇'이다. 마치 4개 시·군 폐지로 제주도정에 쏠린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듯한 '온리 제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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