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영등굿에 '제주춤'의 길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영등굿에 '제주춤'의 길
  • 입력 : 2009. 10.13(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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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무용단의 제주춤 개발
제주굿 춤 적극 활용 기대
세계유산 대중화 계기될 것


벌써 수십여명의 할머니들이 도착해 있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자리에 앉은 이들은 어서 '무대'가 열리길 기다렸다. 지난 9일 오전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굿마당이 펼쳐졌다.

이날 칠머리당 주변엔 적지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건입동 본향당인 칠머리당은 산책로로 애용되는 사라봉에 위치했다. 그 때문에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굿마당을 지켜봤다. 세계속 영등굿으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굿판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펼침막이 크게 내걸렸다.

20년 가깝게 칠머리당영등굿 전승에 힘써온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그동안 매년 음력 2월이 되면 두차례 공개행사를 열어왔다.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으니 영등굿을 찾는 국내외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게다. 기왕에 구성된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원형에 충실한 시연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유네스코 지정 역시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에 무게를 싣고 있을 터다.

세계무형문화유산 지정과 더불어 이런저런 제안이 이어지고 있는데 제주지역 문화계에 놓인 과제도 지나칠 수 없다. 영등굿을 포함한 제주굿에 담긴 연희적 요소를 활용한 작품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그중 하나다.

그와 관련된 작업이 진행되고 있긴 하다. 제주무속굿이 품고 있는 굿놀이를 끌어낸 마당굿을 발표해온 놀이패 한라산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제는 민간영역의 작업과 더불어 제주도가 운영하는 제주도립예술단이 제주굿의 활용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제주굿에는 수많은 춤이 등장한다. 문무병의 '제주도의 굿춤'에 정리된 것만 해도 베포춤, 군문춤, 도래둘러맴, 신청궤춤, 본향춤, 떡춤, 군병춤, 향로춤, 주잔춤, 바라춤, 수룩춤, 할망춤, 질치기춤, 꽃춤, 동이춤, 영감춤, 방울춤, 아기업저지춤 등 20종에 가깝다.

도립무용단은 몇해전부터 '제주춤의 세계화'란 이름을 내걸고 '육지'와 다른 제주춤 개발을 모색해왔다. 제주굿에서 모티브를 끌어낸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기회에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 담긴 굿춤을 '제주춤' 대표 레퍼토리로 꿸 필요가 있겠다. 가공되지 않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한편에 예술적으로 다듬어낸 도립무용단의 영등굿 춤이 있다면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의 친밀감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지난달 제주세계델픽대회 기간 한국춤평론가회 포럼이 제주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내 춤평론가들은 제주춤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제주에서 보고 싶은 춤은 제주를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도록 자극하는 춤"이라고 했다. 세계무형문화유산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 그 목마름을 채워줄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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