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째 소극장 연극 축제
'제 살 깎기'식 일정 중복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이번이 18회째다. 연극협회제주도지회의 소극장 연극축제 말이다. 2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행사지만 횟수를 쌓아올리는 만큼 그에 걸맞는 연륜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제주 연극인들의 축제 맞습니까"라고 되묻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가자. 제17회 소극장 연극축제가 12월 한달동안 바통을 이으며 열렸다. 4개 극단이 참여했다. 지난해 일부 참가작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왔는데 무대를 지켜본 연극인과 도민들의 관람평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대신, 극단 세이레와 이어도가 같은 날 공연 날짜를 정한 것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연극축제에 참가한 작품을 찾아보고 격려해야 함에도 서로 등을 돌린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같은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주최측의 실수려니'하고 다음해를 기약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그같은 일이 다시 벌어졌다. 어제(14일)부터 소극장 연극축제의 막이 올랐는데 극단 가람과 이어도가 한날 한시에 공연한다. 14~15일 이틀동안 극단 가람은 제주시 노형동 한라아트홀 소극장에서, 극단 이어도는 제주시 중앙로 미예랑 소극장에서 작품을 올린다.
소극장 연극축제는 연극협회제주도지회가 주최한다. 사전에 공연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단체나 관계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1팀이 줄어든 3개 극단이 참여했다. 연극협회도지회측은 공연장 대관 일정에 맞추느라 불가피하게 날짜가 겹쳤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예랑 소극장은 극단 이어도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사전에 다른 참가팀과 일정이 중복된 걸 알았다면 날짜를 변경할 수 있었다.
이 행사는 매년이다시피 제주도 무대공연제작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치러지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관객에게 다가서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연극인들의 뜻을 높이 산 것이라 본다. 그만큼 내실있는 무대를 보여줘야 함에도 소극장 연극축제는 매년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정 중복만이 아니라 수년째 공연 작품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만한 완성도를 갖추면 다행이지만 아직 그런 관람평을 듣지 못했다.
제주문예재단의 '2009제주문예연감'을 봤더니 제주 연극계는 '삼무(三無)'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적어놓았다. 삼무는 다름아닌 재미없고, 사람없고, 변화없음을 말한다. 불명예스런 삼무를 떨쳐낼 수 있는 이들은 결국 지역의 연극인이다. 소극장 연극축제는 도내 소극장을 활용해 짜임새있는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다. 작품이 좋으면 장기 공연도 가능하다. 지역 극단의 여건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언제까지 '어렵다'는 말로 양해를 바랄 수 없다. 제주 연극인들이 한데 모여 소극장 연극축제 이대로 좋은지 냉정히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