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벙커에 빠진 골프장

[이슈&현장]벙커에 빠진 골프장
봄날은 가고 살얼음판 걷는다
  • 입력 : 2010. 01.18(월)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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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에 새로 들어서는 골프장들이 최근 5년새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등으로 상당한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눈덮인 한 골프장. /사진=강경민기자

2004년 12곳서 5년새 27곳으로 늘어
이용객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영압박


제주의 골프장들은 한 때 불황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2004년 이후 해마다 서 너 곳의 골프장들이 새로 개장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영업난,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신청이 줄을 이으며 상당수 골프장들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5년새 갑절 이상 증가=현재 운영중인 도내 골프장은 27곳. 총 부지면적이 3305만9482㎡, 708홀(회원제 567홀, 대중 141홀)이 들어서 있다. 여기에다 현재 한 곳이 시범라운딩중이다. 또 제주도가 개발을 승인한 골프장이 3곳, 절차이행중 2곳, 예정자 지정이 1곳으로 2013년이면 골프장수가 3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2004년 말 도내 골프장은 12곳이었다.

제주도의 집계를 보면 지난 한 해 도내 골프장 이용객은 160만648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전체 이용객 중 62%인 100만51명은 관광객이고, 도민은 60만697명으로 38%를 차지했다. 2008년에 비해 도민 이용비율은 1% 늘었고, 관광객 이용비율은 1% 줄었다.

지난해 도내 골프장을 이용한 외국인은 3만7355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2%에 그쳤다. 골프장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엔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적인 골프장 이용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9개 골프장이 적게는 1%, 많게는 19%까지 이용객이 감소했다. '부킹 전쟁'이 사라진 대신 한정된 골프수요를 여러 골프장들이 나눠먹으면서 곧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납부기한인 토지분 재산세를 현재까지 체납한 골프장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에 각각 한 곳씩으로 체납액이 각각 5억2000만원, 4억8000만원에 이른다.

▶'입회금 반환' 업계의 시한폭탄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내 골프장업계에 가장 폭발력이 높은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입회금 반환'이다.

2004년 이후 문을 연 회원제 골프장들은 5년 뒤 입회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팔아 공사비를 충당했다. 곧 골프장들에게 입회금은 일정 거치기간이 지나 회원이 반환을 요구하면 되돌려줘야 하는 일종의 장기부채다.

게다가 도내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최근 4~5년 사이에 30~40% 떨어지는 등 가치 하락으로 입회금 반환신청이 줄이으며 상환여력이 없는 골프장들은 경영압박 등 후폭풍에 떨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한 골프장은 500여명의 회원 가운데 10%가 회원권 반환을 신청했다. 또다른 골프장은 회원권 반환을 요구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달래기 작전에 나서고 있고, 곧 반환기일이 코앞에 닥친 골프장 역시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자구책 없인 벼랑끝 위기 우려=지난해 10월 문을 연 한 골프장은 캐디 없이 라운딩하는 운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2005년 개장한 한 골프장은 눈·안개로 라운딩이 불가능할 경우 여행경비 일체를 회원들에게 돌려주는 '머니 백 개런티' 제도를 국내 처음으로 운영중이다.

또 골프장별로 요일별 탄력요금제, 마일리지제, 조조할인, 도민할인 등으로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수 급증과 골프인구 정체는 전국적인 상황으로, 골프산업이 수년 내 불황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회원권 분양 저조, 내장객 감소, 입회금 반환이란 난관에 맞닥뜨려 있는 도내 골프장업계. 저비용 체질화와 차별화된 서비스 등 생존전략 없인 벼랑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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