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군사시설 조사·동아시아 평화 교류의 장으로

일제군사시설 조사·동아시아 평화 교류의 장으로
[제주·오키나와 심포지엄 및 교류행사]
  • 입력 : 2010. 01.26(화)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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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참가자들이 하에바루전쟁유적 입구에서 현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윤형기자

제주·日전문가 등 참석해 실태·보존방안 모색
전쟁유적 비상한 관심… 사진전 등 행사 다양


올해로 한일강제합병(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한 가운데 제주도 일본군 전쟁유적의 실태와 보존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과 교류행사가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현지에서 열려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교류행사는 '한국 제주도와 류큐열도를 대상으로 했던 사람의 이동'을 주제로 한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일본 문부과학성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행사는 류큐대학 한국연구반 초청으로 심포지엄과 문화유적·전쟁유적지 조사 및 교류행사, 사진전 등 다양하게 마련됐다.

▲지난 23일 하에바루문화센터에서 제주도 일본군 전쟁유적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제주에서는 강만생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 이사장(한라일보 사장)과 허남춘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장을 비롯 대학교수·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일본측에서는 류큐대학에서 츠하 토카시(津波 高志) 교수와 이께다 요시후미(池田榮史)교수 및 하에바루(南風原)문화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 제주도의 일본군 전쟁유적조사 - 조사·연구·보존·활용의 현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은 지난 2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하에바루문화센터에서 양 지역 전문가 및 해설사, 시민단체 회원, 주민 등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제1주제 '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의 제주도 주둔과 군사시설'(이윤형 한라일보 기자), 제2주제 '제주도 일본군 군사시설 구축을 위한 노무·병력동원에 관한 구술조사'(황석규 박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 제3주제 태평양전쟁기 제주도 일본군 전쟁유적 보존 및 활용방안(김동전 제주대 교수), 제4주제 '제주도의 일본군 전쟁유적을 통해서 평화를 생각한다'(조성윤 제주대 교수)에 대한 발표와 이어 토론순으로 진행됐다.

강만생 이사장은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제주도에는 100여곳 이상에서 1000여곳에 이르는 태평양전쟁 관련 유적이 확인된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평화를 화두로 제주도와 오키나와가 더욱 가깝게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비 공개되고 있는 하에바루전쟁유적 출구.

태평양전쟁 말기 제주도에는 7만5000여명에 이르는 일본군들이 주둔하면서 비행장과 격납고, 오름 등지의 갱도와 해안가의 특공기지 등 수많은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 제주도민은 물론 다른 지방에서도 강제 징용돼 많은 고초를 겪었다.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군사시설로써 제주는 야외전쟁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군사시설이 남아있으며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도 양측 전문가들은 공동 조사의 필요성과 이를 토대로 전쟁의 비극과 동아시아 평화교육의 장으로써 교류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포지엄과 함께 '한국 제주도 일본군 전쟁유적'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하에바루문화센터에서 지난 18일부터 개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달 3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알뜨르비행장과 격납고, 고사포진지, 송악산·서우봉 특공기지 등 50여점의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에 대한 사진과 관련 책자 등이 전시되고 있다.

행사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여 류큐신보는 1월24일자 사회면에 심포지엄 발표내용과 사진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2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류큐대학에서 제주와 류큐대학 참가자들의 공동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허남춘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장과 이창익 교수가 각각 '재일제주인의 미래와 협력방안', '재일 제주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하에바루 유적 보존… 정비·활용 어떻게]

문화재 지정서 정비까지 무려 26년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제주도 사례와 비교


하에바루 유적은 태평양전쟁 말기에 오키나와 육군병원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곳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1990년 쵸(町)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30개의 갱도가 이곳에 있으며 이 가운데 20호가 정비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나머지 갱도는 입구가 매몰된 상태다.

하에바루 유적의 정비·활용 사례는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제주도의 고고역사유적 및 전쟁유적의 경우와 비교된다.

하에바루 유적은 공개에 앞서 1994년부터 지속적으로 고고학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정비·공개되고 있는 20호는 총 90m로 1995년 발굴조사에서 내부가 드러났다. 당시 발굴을 통해 수습된 의약품 등 유물들은 현장에 그대로 보여주거나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고고학 조사와 함께 정비를 위한 추진계획도 체계적으로 실시됐다. 1993년 하에바루육군병원호 보존·활용조사연구위원회가 설치되고 1997년에는 정비검토위원회가 설치된데 이어 2005년부터 정비에 따른 설계가, 2006년에는 정비공사가 실시되는 등 문화재 지정부터 정비까지 무려 26년이 걸렸다.

내부는 온습도 조절장치가 돼 있고 입구도 평상시에는 닫았다가 관람시에만 열도록 돼 있다. 문을 항시 열어 놓으면 내부가 훼손된다는게 그 이유다. 내부 무너질 염려가 있는 구간은 철제빔과 철망으로 정비해 놓았으며 지진계측계 3개를 설치해 놓아 미묘한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염방사기에 의해 타다 남은 갱목 등 당시 유물들은 그대로 전시해 놓아 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전시실에서 공개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밥을 나르던 길을 그대로 보존해서 답사코스로 활용하는가 하면 일부 정비한 부분도 나중에 조사를 할 경우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에바루육군병원호 정비와 함께 관련 자료와 역사를 보여주는 하에바루문화센터설립 개관은 인구 3만명의 하에바루쵸 자체 재원으로 이뤄졌다. 이곳에서는 자체적으로 평화가이드를 교육하고, 가이드들은 법정 최저 임금의 절반 정도 실비를 받으며 안내 등 각종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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