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명소]납읍리/금산공원

[우리마을명소]납읍리/금산공원
수 백년 진하게 묻어나는 세월에 '탄성’이 절로
  • 입력 : 2010. 01.30(토) 00:00
  • 이정민 기자 jm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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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75호인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에 들어서면 수 백년 세월이 묻어나는 울창한 수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제주올레 15코스의 하나로 올레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풍수학적으로 화재 막으려 나무 심으며 난대림 형성
울창한 수림은 피로에 지친 도시민 휴식처로도 그만


최근들어 올레 걷기가 열풍이다. 답답한 일상, 꽉막힌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을 걸으며 느끼는 여유가 올레꾼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제주올레 제15코스 가운데 올레꾼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곳이 있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금산공원.

'제주납읍리난대림'이란 이름으로 천연기념믈 제375호에 등록된 금산공원은 수 km를 걸으며 피곤에 지친 올레꾼들에게 시원한 쉼터로 자리잡았다. 특히 난대림으로 덮여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들어서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옛 북제주군 서부지역에서 평지에 남아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학술적 가치도 높지만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아왜나무 등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나무그늘 밑에서 쉬어가기엔 최고로 꼽힌다. 게다가 수령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곰솔 등은 보면 볼수록 세월이 묻어나는 느낌을 준다.

납읍리가 처음 촌락을 이룰때는 금산공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이 풍수지리학적으로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시작해 난대림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금산공원의 나무는 무척이나 귀하게 여겨졌다. 풍수지리에 따른 유래도 그렇지만 주민들이 나무를 귀중하게 생각해 4·3 당시나 6·25 등 생활이 어려워 땔나무가 없을 정도가 되더라도 금산공원의 나무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공원내 포제청.

이같은 마을의 보배인 금산공원은 납읍리사무소에서 약 700m정도 떨어져 있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입구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가 보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곶자왈을 만나게 된다. 공원내부에 마련된 데크를 걸으며 주변에 심어진 '거목'들에 붙여진 이름표를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준다.

입구를 올라 바로 왼편으로 꺽으면 인(仁)을 가르쳤던 정자 터인 인상정(仁庠亭)이 있고 숲 가운데로 들어가면 마을 포제를 지내는 포제청이 있다. 이 곳에서는 해마다 포제가 열리고 있고 바로 옆에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란 팽나무가 하나로 연결된 연리지(連理枝)도 눈길을 끈다. 공원 중간중간에 설치된 가로등은 다소 주변 분위기와 이질적이지만 해가 진 뒤 어슴프레 불이 밝혀지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볼거리가 많은 금산공원은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아직 겨울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쌀쌀한 날씨지만 금산공원을 찾아 거닐다보면 맑게 울리는 새소리가 답답한 마음을 더욱 깨끗하게 씻어준다.

숲 지킴이 양의철씨 "마을과 더불어 숨쉬는 소중한 자원"

금산공원에는 따로 관리인이 있다. 관리인이라는 딱딱한 용어보다는 '숲 지킴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올해부터 금산공원 숲지킴이를 맡고 있는 양의철(63)씨는 지금까지 11대에 걸쳐 납읍리에서 살아오고 집안의 자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8년까지 애월읍주민자치위원장을 지냈던 양씨는 마을과 금산공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양씨는 "마을이 갖고 있는 가장 유명한 자원이 금산공원"이라며 "수백년 동안 이어진 마을과 함께 숨쉬고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예부터 나무를 귀하게 여겨 이 지역(금산공원)만큼은 아무리 어려워도 주민들이 손을 대지 않아 지금까지 지켜져왔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그러나 금산공원을 정비할때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도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씨는 "기왕에 정비작업이 이뤄질때 성곽주위 전체를 대상으로 했어야 했는데 숲 내부 일부만 이뤄져 산책로도 짧다"며 "지금도 관리가 부족해 방문객들이 돌 등을 주워가기도 하면서 예전과 식생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양씨는 마지막으로 "공원 관리인으로 얼마나 할 지는 모르지만 맡고 있는 동안만큼은 방문객들을 위해 언제든지 금산공원 해설사로도 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짐했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에서 출발=무수천 사거리에서 광령방면 1136 지방도→항파두리 교차로→하가리→ 상가리→납읍리.

▶서귀포시에서 출발=평화로 따라 제주시 방면→서광검문소→한림→애월 봉성리→납읍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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