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지연·학연 기대고 흑색선전 난무
정치적 이념과 정책 보고 일꾼 뽑아야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지지세력 확산을 위한 행보가 가속화되면서 '옥석'을 가리기 위한 유권자들 선택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태환 현직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부터 시작해 우근민 전 지사의 민주당 복당과 탈당 사태,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의 공식 출마 등 선거전이 본격화될수록 일련의 사안들이 제주도민의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고 있다. 대세론에서 시작해 세대교체론까지 다양한 선거 구호가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대결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도지사 선거 예비후보에 대한 '뒷얘기'들이 무성해지면서 도지사선거에 관심이 집중돼 도의원이나 교육의원 등의 선거는 여태껏 도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선거에서 후보는 정책으로 경쟁하고, 유권자는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평가해 투표해야 한다.
지난 1월 2010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제주본부는 도내 각 정당에 도민들이 만든 10대 아젠다와 120개 정책공약을 전달하면서 정책 선거로 경쟁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전달된 10대 아젠다는 그동안 도내 분야별 전문가 30명이 3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에 참여, 120개 제안과 10대 아젠다를 도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선관위도 정책선거를 위해 온라인으로 공약은행을 운영, 후보자의 공약 수립에 필요한 정책의제 및 희망 공약을 수집하고 있다. 공약은행을 통해 수집된 사항은 선거공약 작성 및 토론회 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입후보예정자들에게 수시로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정책선거를 위한 노력들을 외면하고 있다.
제주경실련은 "최근 개정된 공직자선거법상 도지사와 교육감 예비후보자나 정당은 매니페스토 정책공약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됐지만, 제주에서는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라며 "흑색선전만 난무하고 정당공천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정책대결 의지가 실종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도선관위에 마련된 공약은행은 개설 두달이 다돼가도록 도민희망공약은 5건에 불과하고, 후보자 공약은 1건도 올라 있지 않다.
우리는 말로만 그럴듯한 공약을 제시하고 정작 당선된 후 공약 실천을 외면하는 사례를 지금까지 수없이 경험해왔다. 정책선거의 취지와 의도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정작 유권자들까지 이를 외면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연·혈연·학연에 표를 구걸하고, 비방·흑색선전을 도구로 악용하는 후보는 당선될 수 없음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