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구태로 얼룩진 선거전

[편집국 25시]구태로 얼룩진 선거전
  • 입력 : 2010. 05.25(화) 00:00
  •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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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후보로 한 뿌리였던 강상주·현명관 두 후보가 결국 현 후보로 단일화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후보에서 동생의 돈뭉치 파문으로 공천이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 후보나, 그와의 경선에서 패배한 후 당의 무공천 방침에 탈당한 뒤 역시 무소속으로 나선 강 후보로서는 막다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끝까지 각개약진 할 경우 서로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했다.

권력욕을 갖는 것은 정치인의 본성이고, 이를 위해 야합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경선에 이어 탈당-무소속 출마-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도민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처음부터 구태의 연속이자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6·2지방선거에서도 제주도는 예전에 그랬듯이 전국적인 관심지역의 하나로 부각됐다.

하지만 예전의 경우 전국 표심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로서의 상징성이 컸다면 이번은 성희롱 전력 논란과 돈뭉치 파문 등 부정적인 면에서 그랬다. 그 의미는 전연 딴판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이슈가 사라져버린 선거판이 되고 말았다.

선거전 와중에 불거진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로 제주도가 전국적인 뉴스초점이 됐을 때 수도권에 사는 지인이 기자에게 푸념하던 일이 생각난다.

도지사가 되겠다는 후보들이 제주도를 너무 잘 홍보해줘서 타향에 사는 도민들로서는 고맙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은 정책이나 비전 제시로 주목받지는 못하고 부도덕과 불법, 구태로 주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낯 뜨겁다는 취지였다. 이렇게 해서 당선된 후에 과연 도백으로서의 정당성과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그들에게서 희망과 비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지인은 이번 선거는 최선의 후보는 물 건너갔고 차선의 후보, 아니 덜 더러운 차악의 후보를 선택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위 비판적 지지라도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구태를 보이지 말고 정책과 비전제시로 낯 뜨거운 정치판을 바라봐야 하는 도민들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워주기 바란다.<이윤형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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