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명소]신촌리 / 신촌향사

[우리마을명소]신촌리 / 신촌향사
돌담으로 만들어진 미로, 꼬부랑길 걷다보면 마음은 고향
  • 입력 : 2010. 06.19(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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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자연학습체험장인 남생이못. 제주에서 몇 안되는 습지로도 유명하다. /사진=강희만기자

제주시내와 가깝지만 옛 모습 그대로 간직
원당봉·향사·큰물·남생이못 등 볼거리 풍성

곧게 뻗은 신작로를 따라 걷는다. 연어처럼 사람에게도 고향에 대한 회귀본능이 있다. 푸른 바다와 원당봉, 남생이못, 큰물, 대섬 등 신촌에는 볼거리가 풍족하다. 모두가 옛 것들이다. 선인들이 예던(걸었던) 길을 거슬러 오르는 발길은 사뭇 진지해 진다.

이름이 알려진 관광지는 그리 많지 않지만 신촌은 매력적이다. 제주시내와 가깝게 있으면서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신촌을 한번쯤 찾았던 사람이라면 미로에 빠진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미로 때문이다. 그 속에 신촌 사람들이 산다. 돌담 위로 머리를 내민 비파 열매가 노랗게 익어 객을 반긴다.

옛 것에 취해 미로를 따라 걷노라면 어느새 길 속에 갇히고 만다. 외방사람들은 마을 안길에 들어서면 모두 헤매기 일쑤라고 길을 가던 할아버지가 일러준다.

▲신촌에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8호인 신촌향사 /사진=강희만기자

동회선 일주도로(1112번 지방도)에서 걸어서 대략 5분 거리에 신촌향사가 있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8호로 1975년에 지정됐다. 설치 연대는 불분명하지만 1805년(순조 5)에 지금의 위치로 이전됐단다. 1977년까지 이사무소로 활용됐고 일제강점기 개조해 원형을 많이 잃었다. 매년 음력 설이 지난 시점에서 마을제와 풍어제 등을 이 곳에서 함께 지낸다 했다.

신촌향사 관리인 장상옥(72) 할머니는 "마을제와 풍어제를 지낼 때는 여자의 출입을 금해 친정인 한림 금능으로 간다"며 "제를 지낼 때도 온 마을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제례비용으로 쓴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이 곳에서 생활한지 30~40년 된다"며 "수년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줄 곧 이 곳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큰물 앞에 방파제를 잇는 하얀다리가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찾는 이를 반긴다. 뱃사람이 돌아온다고 약속하던 장소인 큰물 등도 명소로 꼽힌다.

신촌향사를 거쳐 큰물(大水)에 든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빨래터에서 발을 담군다. 올해도 파래가 많아 여기저기서 갯내음이 진하다. 큰물은 신촌 사람들의 생명수이고 뱃사람들이 꼭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던 장소다. 여름엔 노천목욕탕으로 인기다. 큰물 앞에는 방파제를 잇는 하얀다리가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인상 깊다.

길을 물어 대섬으로 향한다. 해녀들의 우뭇가사리 수확에 한창이다. 유채를 말리는 -어릴적 날래 넌다- 아낙들의 손도 분주하다. 해녀들이 최근 만든 다리가 반긴다. 밭에서 경운기로 밭을 갈고 나온 할아버지에게 묻자 아마, 우뭇가사리며 소라 등 해산물을 운반하는데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맑은 물 속으로 해녀들이 바지런히 만든 돌길도 보인다.

대섬을 돌아 오는 길엔 방금 수확을 마친 보리밭에서 -10살 때 만들었던 보리피리를 만든다. 보릿단에서 통통한 놈을 골라 10cm 가량의 마디 사이를 자른다. 2~3cm 가량의 자르다 남은 보릿대 편으로 골라놓은 마디를 세워 한쪽만 곱게 자른다.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면서 위와 아래로 보릿대를 가르면 보리피리는 완성된다. 입에 물고 불면 중저음의 '삐이익'하고 소리가 난다- 추억을 더듬어 찾는다.

신촌 첫 관문 '진드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

'열녀(烈女)의 고장' 신촌의 첫 관문인 '진드르'. '길다'와 '들'이라는 의미로 '기다란 들'이다.

진드르는 역사의 아픔과 풍요로운 농촌의 전경을 함께 품은 곳이다. 일제강점기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제주사람들이 피와 땀, 그리고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최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쟁을 대비, 비행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했던 곳이기도 하다.

진드르 길은 삼양파출소에서 신촌 마을 입구인 열녀문까지로 대략 2.5km이다. 천천히 걸어 한시간이면 족하다.

6월이면 진드르는 수박과 참외, 토마토와 복분자, 키위밭과 화훼단지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지금은 토마토와 복분자만 나오고 있지만 본격적인 피서철이 되면 밭에서 직판되는 수박과 참외가 쏟아진다. 맛도 일품인데다 주변 함덕이나 김녕해수욕장을 오가며 먹는 시원한 냉수박은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천하일미'다.

출출하다면 신촌이 자랑하는 제주 전통 보리빵을 맛보면 된다. 조천중학교 정문 인근에 3대째 운영중인 덕인당 옛날 보리빵, 신촌수성빵집, 신촌쑥방전문점 등 저마다 원조를 자랑하는 전통 빵집이 있다. 최근 웰빙바람이 불며 도내는 물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인기몰이중이다.

죽도(竹島)라는 '대섬'. 조천과 신촌의 분쟁지역이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신촌에 속하며 수백년의 분쟁은 종결됐다. 현재는 낚시터 등으로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밖에 기암괴석인 닭머루와 제주에 몇 안되는 습지인 남생이못, 도로 윗마을인 동수동의 보호수 등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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