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젊은 도공들은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를 결성해 대정읍 신평리에 창작공간인 '껌은돌'을 조성했다. 신평리는 예로부터 옹기를 굽는 데 사용하는 진흙이 풍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표성준기자
옹기 창작공간 관람에서 체험까지
가마에서 구워진 옹기는 다시 골방에서 6개월의 기다림을 거치며 숙성된다. 찻잔과 그릇, 병과 항아리 등 각종 옹기가 간택될 그날만을 위해 숨죽여 기다리는 그곳.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 '껌은돌'이다. 지난 2007년 뜻을 모은 젊은 도공들은 사단법인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를 결성해 이곳 신평리에 창작공간인 껌은돌을 조성했다. 신평리는 예로부터 옹기를 굽는 데 사용하는 진흙이 풍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가장 큰 가마터가 남아 있어 이들의 작업공간으로 제격이다.
▲신평리 옹기 창작공간 '껌은돌'과 흙집.
지난해 11월에는 이곳에서 도공과 주민들이 그동안 쏟아부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옹기를 제작하려면 가마는 필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엄청난 양의 양질의 흙과 노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창작공간을 마련할 때부터 호의를 보인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흙을 공수해다줬다. 그래서 신평리에 인접한 구억리에 현재 남아 있는 노랑굴과 비슷한 형태의 가마가 껌은돌 창작공간에 완성됐다. 이곳 껌은돌을 찾았던 아이와 어른, 도공들의 작품이 드디어 불을 본 순간이다. 실패하면 가마는 무너져 내린다. 11월 어느날 불을 땐 결과는 성공. 찰나의 빛을 본 옹기들은 다시 깜깜한 흙집에서 6개월간 자연건조 과정을 거쳤다.
▲신평리 '껌은돌' 내부의 옹기.
이 가마는 오는 9월에 다시 불을 땔 계획이다. 옹기 보존과 전승을 위해 몸을 던진 젊은 도공들의 작품이 줄을 섰다. 연중개방된 이곳을 찾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대정지역 학교 어린이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제작한 온갖 형태의 옹기도 동참하게 된다. 이처럼 찾는 발길이 늘고 도공들의 연륜이 더해지면서 작품도 늘어 보관장소가 부족해지자 최근에는 도공들이 직접 흙집도 만들었다.
작년 구억리 고문홍씨 소유 기와집이 헐리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젊은 도공들은 매립장행 위기에 처한 기와를 수거해왔다. 1940년대에 구워진 근대식 기와는 이들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 숙성의 원리를 통해 제 모습을 찾아갈 옹기들이 바람과 햇볕이 들지 않는 이 흙집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다. 창작공간 입구에 세워진 흙집은 가마와도 이웃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허은숙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 대표는 "10년 넘게 보전 전승작업을 해온 젊은 도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신평리와 구억리에 창작공간과 배움터를 조성했다"며 "일반인도 중요하지만 어린이 교육이 가장 필요해 아이들이 전통옹기 관람 및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중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 후에는 원하면 자신들이 제작한 작품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9월 가마 불을 때기 전에 도전해볼 일이다.
[구억리 노랑굴과 검은굴]130여년전 가마 원형 그대로
당초 옹기는 좋은 진흙이 풍부한 대정읍 신평리에서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땔감을 찾아 올라가다보니 구억리까지 가게 돼 현재 구억리에는 130여년 전의 가마가 원형 그대로 남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지정 기념물 제58-1호인 노랑굴은 구억리 720번지 일대, 도지정 기념물 제58-2호인 검은굴은 구억리 670번지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노랑굴은 1100℃ 이상에서 적갈색조를 내며 굽는데 허벅 등 대부분의 옹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검은굴은 약 900℃ 내외에서 연기를 먹여 검게 나타나게 하는데 곡식 보관용 항아리등을 만들었다. 구억리마을회(☎ 794-8186)와 구억리노인회(☎ 792-1130)에 문의하면 장소 안내와 함께 설명도 해준다.
▲구억리 노랑굴
▲검은굴
구억리에는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와 구억리 청년회가 옛 구억분교에 설립한 구억제주옹기배움터도 있다. 제주옹기 복원과 함께 원천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7월말 제주옹기박물관으로 개관하기 위해 현재 내부 인테리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의는 껌은돌(☎ 792-1052) 또는 옹기배움터(☎ 792-7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