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14](4)제주의 배-①떼배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14](4)제주의 배-①떼배
우리 배의 조상으로 '테우해변'등장시킨 제주 배 상징물
  • 입력 : 2010. 08.23(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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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보목자리돔축제에서 선보였던 떼배를 이용한 자리돔잡이 재현 모습. 해조류 채취용으로 널리 쓰였던 제주 떼배는 이제 마을축제 재현용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해조류 채취·간단한 어로활동 이용…다른 지역도 일부 남아
"값진 해양유산임에도 별볼일 없는 통나무배 인식 안타까워"

이호해수욕장은 지난해 이호테우해변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4년부터 이호해수욕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호테우축제의 영향이 크다. 지난 6~8일에도 테우 노젓기 체험, 멸치잡이 체험, 점토로 테우 만들기, 테우 선상 경기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축제가 진행됐다.

이호테우해변은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붙여진 명칭이다. 이를 통해 체험용으로 간신히 명맥을 붙들고 있는 전통배인 '테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최상의 재료

전남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93년 성산읍 신양리 등 제주도 일대 제주 떼배 조사에 이어 1996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제주 떼배 원형 복원 자료조사'를 실시했다. 제주도 떼배는 흔히 '한선'으로 부르는 우리나라 배의 원시적인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이루어진 조사였다.

당시 남아있는 떼배 수량이 많지 않고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기능인이 드물어 예비조사가 미흡한 상태에서 현지조사가 진행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떼배를 한 척 만들려면 통나무가 7개에서 13개 정도 사용된다. 통나무의 직경은 25~40㎝ 안팎이다.

배를 만드는 재료로 가장 좋은 것은 한라산에 자라는 구상나무다. 무게가 가볍고 단단한데다 물에 강하고 부력이 좋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30~40년대만 해도 관청 허가를 받아 겨울철이나 봄에 한라산에 올라 구상나무를 벌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츰 이를 구하는 게 어려워 일본산 삼나무를 구입해 만들기도 했다.

떼배는 제주에만 유일하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제주도 떼배에 이어 1999년에는 강원도 정동진 떼배 조사를 벌였다. 동해안 떼배도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채취하고 간단한 어로활동에 쓰인다.

정동진 떼배는 제주도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었다. 길이가 보통 3~4㎝ 안팎이고 뗏목 밑판의 원목 수는 7~8개 정도다. 이들 떼배는 대개 해안가의 지형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위에 붙은 미역, 다시마를 캐는 데 조그만 뗏목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조사팀은 떼배가 주로 가까운 바다에서 어로활동을 할 때 이용되는 만큼 제주만이 아니라 모든 연안지역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봤다.

▶"바다밭 거름 캐낼 목적 떼배 많아"

그럼에도 제주섬을 대표하는 어종인 자리돔잡이 등에 이용된 떼배는 곧 제주의 배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제주도는 떼배를 많이 거느렸다. 1937년에 나온 '제주도세요람'에 따르면 1936년말 현재 제주도에 533척의 떼배가 있었다.

고광민씨는 '제주도포구연구'에서 그 배경과 관련 고체 거름이 필요했던 제주도 토양의 특성을 거론하며 "바다밭에서 베어낸 거름(해조류)을 땅의 밭에 드리울 목적"때문에 떼배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떼배를 이용해 바닷길 탐험에 나선 적이 있는 채바다 시인은 "오늘날 제주에 전래되고 있는 전통 통나무 떼배는 오랜 시기부터 제주에 상륙한 선사인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해양문화의 값진 유산"이라면서 "제주 떼배가 배의 조상임에도 별 볼일 없는 통나무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바다를 끼고 살았던 제주에는 떼배만 있었을까. 삼면이 바다로 에워싸인 이 땅의 사람들은 잘 만든 배를 이용해 꾸준히 해상활동을 펼쳤다. 제주 역시 다르지 않다. 중국, 일본 등과 대외교류를 벌였던 고고학 자료가 발굴되는 등 탐라의 흔적이 전해지는 만큼 머나먼 바닷길을 건넜던 또다른 제주의 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지형적 특성에 맞는 배를 건조했다면 제주 역시 섬의 특성을 반영한 배가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떼배는 테우, 테, 터위, 터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제주어사전'(2009)은 뗏목이나 떼를 뜻하는 한자어 벌(筏)을 병기해 떼배를 테, 터베, 터위, 테베, 테우, 테위라고 부른다고 썼다. 이호해수욕장은 '테우'를 끌어쓴 경우다.

이에대해 채바다 시인은 "테우, 터우 등은 그 어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용어로 입으로 전해지면서 명칭이 잘못 알려진 사례로 보인다"면서 "떼배로 부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떼'는 '나무·대 등의 토막을 엮어 물에 띄워서 타고 다니게 된 물건'이란 뜻을 지녔다.

전통 떼배 타볼까요
성산읍 바다박물관 체험행사


시인 채바다씨는 고대해양탐험가, 바다박물관장, 한국하멜기념사업회장 등 여러 이름이 따라붙는다. 그중 떼배와 그의 인연은 오래다. 원시배인 떼배를 타고 1996년 5월 이래 1997년, 2001년 세차례 망망대해 높은 파고를 넘고넘으며 한·일 고대 뱃길 탐험에 나선 적이 있다.

해양 탐험에 쓰였던 떼배는 서귀포시, 해녀박물관, 전남 왕인박사기념관에 각각 기증됐다. 채 시인은 그동안 선보인 떼배와 관련 "지금은 작고한 김천년씨와 함께 떼배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김천년씨를 "열두살때부터 70여년간 전통 제주배를 만들어온 대표적인 배목수"로 꼽았다.

그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이야기도 꺼냈다. 동요를 부르다보면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란 노랫말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떼배를 일컫는다는 것이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상설 전시중인 제주 떼배 축소 모형 등 제주어선 모습.

떼배에 얽힌 사연을 끊임없이 캐내고 있는 그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들어선 바다박물관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후원하는 '민속생활사박물관 협력망 사업'의 하나로 '전통떼배문화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사라져가는 떼배문화를 널리 전수 보급하는 데 목적을 둔 교육으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은 8~9월 두달동안 셋째·넷째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다. 채바다 관장은 "떼배는 오래전부터 소라·전복·해조류 채취와 고기잡이 등에 이용해왔다"면서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체험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28일부터 시작되는 체험 참가자 모집 인원은 20명이다. 현장에서도 접수가 가능하다. 참가비 5000원을 받는다. 문의 010-7344-2539.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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