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는 유네스코 강릉단오제의 세계화를 향한 작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단오문화한마당 거리퍼레이드. /사진=이승철기자
유네스코 등재 이전부터 학술 교류· 홍보관 건립 등 기반 마련2018년까지 '걸으면서 즐기는 단오도시 강릉만들기'조성 계획
강릉사람들에겐 '단오 DNA'가 있다고 했다. 유교, 불교는 물론 자생적 토속 신앙이 서로 껴안고 상생하는 축제로 불리는 강릉단오제가 다가오면 강릉 사람들은 저절로 단오장으로 걸음을 옮겨 신명나게 논다.
▶동아시아 관통하는 문화적 코드
지난 6월 강릉단오제가 막바지로 향하던 날, 단오장 특설무대에선 아시아단오한마당 공연이 펼쳐졌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된 이후 강릉은 도시에 단오문화를 알알이 입히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중 하나가 아시아단오한마당이다. 올해는 일본 나가노현 이다시 단오체험관, 중국 단오절 체험관, 중국 호남성 용두 제작 시연, 베트남 단오 체험관이 마련됐고 일본 도쿠사마현· 돗토리현· 오이타현, 베트남 하노이, 중국 조선족 농악무 공연 등이 관람객들과 만났다.
단오는 한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관통하는 문화적 코드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아시아의 단오문화가 강릉에서 엮어지고 축제 참여를 통한 즐김과 감동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지난해 강릉단오제에서 '아시아의 단오 소리'를 처음 선보였다. 강릉단오제의 음악적 요소, 중국·일본 단오의 음악적 요소, 동남아 국가 단오문화의 음악적 요소를 새롭게 해석해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강릉단오제위원회 자문위원인 안광선씨(관동대 강사)는 2010강릉단오제 기간에 열린 국제아세아민속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농경이 중심이던 아시아권에서 단오 절기는 매우 중요했다"면서 "각국마다 비슷한 이유에서 출발했던 절기 습속이 안팎의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문화적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오문화가 아시아 각국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로 닮은 풍속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대표적 문화콘텐츠로 손색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아시아단오문화한마당 거리퍼레이드
▲강릉단오제 관노가면극
▶단오제 매개로 도심 재창조 작업
2010강릉단오제 행사는 10개 분야 92개 프로그램에 이른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단법인 강릉단오제위원회, 사단법인 강릉단오제보존회, 강릉시단오문화창조도시추진단의 역할 분담으로 완성된 모습을 갖춰간다. 올해는 세계무형유산 강릉단오제를 주축으로 아시아 단오문화 전승에 따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12 강릉ICCN(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 세계무형문화축전의 틀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치러졌다.
강릉단오제를 통해 강릉 도시 이미지를 그려가는 작업은 세계무형유산 등록 이전부터 이루어졌다. 2004년 2월 문을 연 강릉단오문화관 건립은 그중 하나다. 전시관과 공연장을 갖춘 강릉단오문화관은 강릉단오제의 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형물과 영상물 등을 설치해 강릉단오제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강릉단오제를 쉽게 알리는 역할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최근에는 '걸으면서 즐기는 단오도시 강릉만들기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용역이 진행중인 이 사업은 '단오도시 강릉'을 주제로 2018년까지 역사, 생활, 문화, 환경 공간을 조성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도심을 재창조하는 강릉을 꿈꾸고 있다. 강릉시의 기본구상 대로라면 축제장인 남대천 일대와 그 주변에 단오장터, 전통문화지구, 단오골목 등이 들어서게 된다. 단오제 기간만이 아니라 강릉을 방문하면 사계절 단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세계무형유산이면서 중요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 역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처럼 전승에 따른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도시를 가꾸는 콘텐츠로 단오제가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제주와 차이를 보인다. 국내외 단오문화에 대한 학술 교류가 이어지고 있고 무대 공연· 만화·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콘텐츠 개발이 꾸준하다. 온라인에서 단오문화권 국가가 서로 통할 수 있는 아시아단오문화지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전승상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릉단오제위원회 이경화 사무차장은 "유네스코 등재 이전부터 단오문화와 관련한 학술 교류가 활발했다"면서 "제주에서도 칠머리당영등굿 관련 논문이 여럿 발표되는 등 학술적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콘텐츠 개발 등 대중성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진선희기자
▲단오장 인근에 건립된 강릉단오문화관 전경.
이윤국 단오문화창조도시단장 "무형문화 세계중심도시 강릉 만들 것"
"1년 내내 단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음달쯤 용역이 완료되면 구체적 추진 방향이 그려질 겁니다."
강릉단오제 현장에서 만난 이윤국(58) 단오문화창조도시추진단장은 '걸으면서 즐기는 단오도시 강릉만들기 사업'추진 배경을 그렇게 말했다. 단오도시 강릉만들기는 10년전부터 거론된 사업이다. 강릉시는 2007년 단오문화창조도시추진단을 꾸렸고 강릉단오제를 세계화하는 방안으로 단오도시 강릉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완료 예정인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합쳐 860억원에 이른다. 총 길이 6㎞ 구간에 강릉의 자연과 인문적 자원을 녹여내게 된다.
이윤국 단장은 "일본 가나자와시 등을 벤치마킹해 세계속의 단오제를 느낄 수 있는 거리로 조성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친근하게 단오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부지를 따로 마련하기보다 강릉단오제 행사장인 남대천 주변의 옛 거리, 재래시장, 단오문화관, 단오공원, 고건축물 등을 활용해 역사성과 예술성이 담긴 거리로 꾸밀 계획이다.
단오문화창조도시 사업 추진과 더불어 강릉시는 최근 강릉ICCN 세계무형문화축전을 국제행사로 승인받았다. 2012년 강릉시 일원에서 열리는 세계무형문화축전에는 25개국 30개 도시가 참여할 예정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걸작 공연을 선보이고, 세계무형문화 대표작이 공연되는 등 전시, 공연, 체험, 국제회의 4개 부문으로 나눠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단오문화창조도시추진단은 "무형문화의 세계중심도시 강릉을 향한 힘찬 도약이 시작됐다"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실질적인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