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아리](17)영평초 제주어동아리

[2010 동아리](17)영평초 제주어동아리
"재미난 제주 이야기 들어봅서"
  • 입력 : 2010. 10.30(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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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락산마니 튀어오소. 바당마니 튀어오소." 영평초 제주어 동아리 학생들이 안민희 강사의 지도에 맞춰 앙증맞은 몸짓을 하며 제주전래 동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작년부터 '동아리의 날'에 운영
제주어 신화·노래·연극 등 경험
매달 한차례씩 방언 수업 계획도


"나도 바당에 가젠. 언닌 맨날 맨날 나신디 아기보렌 허고 나만 나뒁 지만 바당에 가고 이이잉 앙앙앙. 나도 가커라."

"야이 무사? 다 큰거시 앙작치는거 보라. 아기 놀랜다게. 헤엄도 못치멍그네 너 아기 멩심허지 않으민 어멍신디 나만 욕들어!"

짠내음 나는 마을을 배경으로 짜여진 제주어 연극의 한 장면이다. 아이들은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가 지나왔을 어느 시절로 돌아가 정순이와 순덱이 자매가 되어 있었다. '아기업게'가 어깨너머 물질을 배우며 '보말'캐서 삶아먹던 어촌의 일상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제주어 대사를 주거니받거니하며 실감나게 바닷가 풍경을 그려냈다.

지난 27일 제주시 영평초등학교. 매주 수요일 '동아리의 날'을 맞아 제주어 동아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들은 지난 9월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이 주최한 제주어말하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제주어 연극 '제주 바당 메역국 먹엉 우리덜 영 커신가'에 나오는 전래 동요를 열창하며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하늘마니 튀어오소. 한락산마니 튀어오소. 바당마니 튀어오소. 콩방울마니 튀어오소"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우렁찼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제주어 동아리는 흔치 않다. 현재 6개 동아리를 꾸려가는 영평초는 지난해부터 3~4학년중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제주어 동아리를 개설해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이 또래들에게 방언을 널리 알리게 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동아리 회원은 18명에 이른다. 2년째인 올해는 대부분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지만 노유림 학생(5학년)처럼 제주어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많아 2년 연속 참가하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 6월 제주대 국어문화원이 주관한 제주어말하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노유림양은 "집에서나 학교에서 잘 쓰지 않는 제주어를 배우고 공연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제주어 동아리 강사로 초빙된 민요패 소리왓의 안민희 대표는 제주어 신화, 동요,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안민희 대표는 "제주어 노래를 가르치고 연극 한 편을 준비할 때마다 아이들의 표현력이 참 풍부하다는 걸 느낀다"면서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치르는 제주어말하기대회 입상 작품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보급돼 제주어 교육자료로 활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영평초 제주어 동아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지난해 학교 행사때 지역 주민을 초청해 제주어 연극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이끌어낸 무대로 박수를 받았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학교에서도 제주어에 쏟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송미경 지도교사는 "제주어 동아리 운영을 계기로 내년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차례 제주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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