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이색 등대를 잇달아 설치해 해양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도심 문현로에 세운 등대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부산지방해양항만청-관광컨벤션뷰로 협약 도시이미지화 작업
젖병등대서 100주년 가덕도등대까지 등대 건축 문화공간 활용
빌딩숲 사이로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대개 바다가 눈에 잡힐 듯한 곳에 세워지는 것이 등대이지만 그곳은 달랐다. 차량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도심의 한가운데 등대가 서있다. '등대 도시' 부산의 풍경이다.
▶등대 홍보로 세계인구총회 유치
2009년 10월 31일 기준으로 국내에 흩어진 유무인 등대는 901개에 이른다. 부산에는 60개가 있다. 제주에 설치된 110개보다 적은 숫자이지만 부산은 등대를 주제로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등대를 활용한 도시이미지화 작업을 담당하는 곳은 부산관광컨벤션뷰로다. 국제회의 유치와 해외 관광객 증대를 목적으로 설치한 전담기구로 국제회의 유치, 개최 회의 지원, 컨벤션 연계 관광프로그램 지원, 관광마케팅, 도시홍보 마케팅을 맡는다.
이들은 국토해양부 부산지방해양항만청과 손을 잡고 등대 도시 상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시 기장읍 연화리에 세워진 젖병등대를 이용해 2013년 제27차 세계인구총회를 유치했다. 국제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등에서 부산을 홍보하는 '찾아가는 관광안내소'는 등대 모양을 본떴다.
삼각 모양으로 몸체를 오려낸 등대, 바다를 향해가는 돛의 모양을 끌어온 등대, 월드컵 기념 등대, 장승 모양을 변형한 등대, 전통 차전놀이를 형상화한 등대, 마을 명물인 숭어가 그려진 등대 등 부산을 찾으면 똑같은 모양의 등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등대 투어'만 해도 항구도시의 면모가 그려질 듯 하다.
부산관광컨벤션뷰로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두 기관은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의 영사기 모양 등대, 젖병 등대에 이어 건강한 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청진기 모양 등대, 부산시가 2011년부터 추진할 용두산 타워 등대 기능화 사업에 앞서 세계 최저 높이의 미니 등대로 등대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미니 용두산 타워 등대 설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기장군의 계단형 등대 너머 장승 모양 등대가 보인다
▲월드컵 기념 등대.
▲세계인구총회 유치에 한 몫을 해낸 젖병등대.
▶접근성 높이고 주변 관광지 연계 필요
개성넘치는 부산 지역 등대는 감상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등대 건축이 관광상품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연간 250만명이 찾는 태종대 영도 등대는 해양문화공간으로 꾸몄다. 해양 관련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씨앤씨, 해양도서실, 해양자료 정보 이용실, 세미나실 등이 있다. 주변엔 태종바위, 공룡 발자국 등 자연유적지와 자연사전시관을 갖췄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에 처음으로 불을 밝힌 가덕도등대는 3층짜리 100주년 기념관을 지어 등대의 역사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가덕도 등대는 부산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름 등대해양학교도 운영한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특히 부산시문화재로 지정된 가덕도등대 100주년 사업 추진 방향에서 등대를 매개로 섬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재생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어두운 바닷길을 비추는 희망의 상징인 등대는 오래전부터 예술 작품의 소재로 쓰여왔는데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 경남 통영 연필등대, 목포 풍차등대, 울산 울기등대, 강원 동해시 묵호 등대, 전남 완도항 노래하는 등대 등 국내 여러 지역에서 등대를 해양문화자원으로 가꿔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통영 연필 등대는 박경리 등 문학거장을 여럿 배출한 지역의 특성을 기려 노후된 등대를 개량해 만들었고, 울기등대는 4D 입체영상관 등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항구의 기다림을 모티브로 조성된 완도항 등대는 노래를 들으며 휴식할 수 있는 해양문화공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등대는 해양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지난 3월 가덕도 등대 100주년 기념 세미나 자료에서 이한석 교수(한국해양대)는 "등대의 해양관광자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접근성을 높이고 등대 주변의 관광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의 랜드마크화, 등대와 연계한 즐길거리·배울거리 개발, 체계적인 홍보정책 강화 등을 덧붙여 제안했다.
/부산=진선희기자
김비태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 "등대의 친근한 이미지 국제회의 유치 한 몫"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양으로 뻗어나가던 우리 민족의 진취적인 기질이 말살당한 이후 해양문화는 점점 일상과 멀어져갔습니다. 등대를 통한 도시 상징화 작업은 해양문화를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김비태(49)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은 기업회의·포상관광· 컨벤션·전시를 아우른 '마이스(MICE)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굳건히 쌓기 위해 등대에 눈길을 돌렸다. 해양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흔히 해양박물관을 짓거나 해양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거기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김 사무처장은 그대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해양관광자원으로 등대를 선택했다.
등대는 항로 표지 기능을 넘어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 악천후에도 길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면서 고독한 존재다. 뿐인가. 묵묵히 저홀로 바다를 지키는 등대지기는 각박한 우리네 삶에 시사점을 던진다.
"등대는 비바람이 불어도 늘 같은 자리에서 바다를 지키지 않습니까. 부산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등대 설치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맡고 부산관광컨벤션뷰로는 등대를 활용해 도시를 알리고 회의를 유치해왔다. 젖병등대 아이디어를 내고 세계인구총회를 유치했던 부산관광컨벤션뷰로는 부산지역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야구등대 설치계획도 세웠다. 등대는 부산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상품인 셈이다.
부산관광컨벤션뷰로가 등대와 더불어 도시상징화로 정한 주제가 해녀(본보 9월 20일자 4면)다. 김 사무처장은 "국제 무대에서 해녀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부산 지역 학계와 손을 잡고 해양도시 부산에 대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이스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한 해녀 상징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