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터졌다 하면 '안전불감증'

[편집국 25시]터졌다 하면 '안전불감증'
  • 입력 : 2010. 11.18(목) 00:00
  • 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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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형 해상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군 고속정과 어선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고속정이 침몰하는가 하면, 군장병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군·경이 나서 고속정과 어선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어선의 경우 일정 거리 안으로 타 선박이 접근할 경우 레이더에서 작동하는 경보음을 꺼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가정을 세울 수 있는 대목이다.

심각한 것은 이처럼 레이더 경보음을 끄는 사례가 어민들 사이에서는 다반사라는데 있다. 조업중인 선박이 많은 제주연안의 경우 선원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경보음을 작동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고속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사고 고속정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에게 사고 전 어선을 미리 확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리 확인은 했지만,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속정보다 3~4배나 큰 어선을 이미 육안으로 확인했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지난달에는 조업중이던 선망어선 사이를 화물선이 지나가다 그물이 걸리면서 어선 1척이 전복, 침몰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선원 5명이 구조됐지만 3명의 선원은 아직도 생사를 알 길이 없다. 해경 조사에서 화물선에서는 어선들을 사전에 확인했지만 별일 없을 것으로 예상해 운항하다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선망들이 어선 사이에 그물을 끌고 가면서 조업을 한다는 시스템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해상사고는 어느 한쪽의 잘못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만이라도 안전의무를 다한다면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고만 났다 하면 원인으로 지적되는 '안전불감증'. 제발 앞으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더는 없었으면 한다.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치러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최태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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