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시 마린월드 건물 2~3층이 연결된 원통형 수조에서 바닷생물이 유영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후쿠오카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속 생태과학관 교육장 자리매김연구 인력 저마다 다른 테마로 체험학습 진행해 이용자 해양지식 넓혀
"다같이 손을 들어 박수 쳐 볼까요?"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쇼 수영장'의 진행자는 관람객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도심타워를 배경삼아 돌고래가 물위로 솟구쳐 오르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쓰시마 난류 주제 350종 2만점 전시
지난 9월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에 있는 마린월드. 바다 사잇길을 뜻하는 540ha의 '우미노나카미치' 국영 해변공원에 들어선 해양생태과학관이다. 마린월드를 품은 해변공원은 일본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본의 패전 이후 미군기지로 사용되었던 부지를 활용해 각종 여가 시설을 조성했다. 내년이면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15년~20년간의 장기계획을 마련해 조성중인 해변공원은 현재 전체 면적의 절반만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친화적 개발로 해변공원을 만들어온 만큼 나머지 면적도 주변 환경을 녹여낸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중 건축면적 1만여㎡ 규모의 마린월드는 바다가 살아숨쉬는 수족관을 표방하고 있다. 쓰시마 난류를 전시 테마로 350종류 2만점의 바닷속 생물을 영상, 음향기기, 수중 카메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해놓았다. 지름 2.7m, 높이 10m로 2층에서 3층까지 이어지는 원통형 수조를 비롯 터널 수조, 해달 수영장, 해양동물 수영장, 살아있는 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탐험비치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된 수조의 수량을 모두 합치면 6100톤이 넘는다.
▲후쿠오카의 국영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에 들어선 돌고래 형상 놀이기구. 휠체어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
바다 과학관인 이 곳은 바다와 바다 생물을 직접 만나고 관찰하며 해양지식을 넓힐 수 있는 공간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즐겨 찾는다. 조사 연구 인력은 저마다 연구 테마를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출장 강연, 직접 체험 학습, 여름방학을 이용한 어린이 수족관 교실, 부모님과 함께하는 해양 관찰회, e-러닝 수업 등 마린월드의 소장 자료를 활용한 학교 밖 교육이 활발하다.
▶성산읍에도 2012년 해양과학관 준공
마린월드는 개관 당시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수족관이었다. 지금은 일본에서 여섯번째 규모다. 처음부터 큼직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전시교육을 목적에 둔 공간이 더해지면서 덩치가 커졌다. 일방적으로 전시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유영하는 수조 너머의 세계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꾸몄다. 시설이 증축될수록 관객과 바닷생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다카다 고지 관장은 "후쿠오카시에 연 1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그중 200만명이 마린월드에 들른다"고 말했다. 총 공사비 133억엔을 들여 1990년 문을 연 마린월드는 관람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관 이후 매년 시설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IT기술과 접목한 전시기법으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전시 정보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족관을 체험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캄보디아의 오지 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인터넷 중계도 진행해왔다.
▲해양생태과학관 마린월드 전경.
제주에서도 해양생태수족관, 해양과학체험관, 해양공연장 시설을 포함한 제주해양과학관이 지어지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9만3000㎡ 부지에 세워지는 제주해양과학관은 1998년 해양수산종합과학관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출발했다. 2007년 민간투자방식으로 전환해 건립 사업이 한발씩 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제주해양과학관은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12년 6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마린월드의 다카다 관장은 "새롭게 수족관을 짓는다면 예산 문제 못지 않게 관련 전문가를 확보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후쿠오카=진선희기자
20주년 마린월드의 다카다 관장 "이젠 규모보다 색깔"
"일본에는 현재 70개 정도의 수족관이 있다. 그만큼 노하우가 많다. 4년전쯤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수족관을 건립한다며 자문을 구해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 수족관을 세운다면 예산보다는 부족한 기술자를 구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
일본 후쿠오카시 우미노나카미치 해양생태과학관인 마린월드의 다카다 고지 관장. 수족관 사업과 관련 몇차례 한국측 관계자들과 만난 경험이 있다며 그렇게 말했다. 다카다 관장은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다면 그중 절반은 수족관을 방문해야 시설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몇년간 수족관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관리비도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시설 운영을 통해 그만한 비용을 벌어들여야 하는 셈이다. 이제는 수족관을 무조건 크게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
마린월드에 서식하는 여러 생물들의 먹이로 하루 300접시 분량의 물고기를 대야 하는 규모 큰 수족관에 근무하는 다카다 관장이 이즈음에 내린 결론이다. 20년 역사의 마린월드는 그동안 상어를 처음으로 전시하고 수중 카메라를 이용해 바닷생물을 보여주는 등 '일본 최초'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이 바뀌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늘릴까 고민하고 있다. 거기에는 수족관 운영 방향에 대한 오랜 진단이 작용했다.
다카다 관장에 따르면 희귀 바닷생물을 수집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다. 자료의 희소성으로 수족관의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공간만의 특징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의 어느 동물원 이야기를 꺼냈다. 자그만 크기의 동물원인데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비결은 동물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있었다. 수족관도 그처럼 자료가 희귀하지 않아도, 규모가 크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